자기에 대해 정직한가?

대중법문 조회 수 7699 추천 수 0 2016.03.04 09:41:14

부처님 당시에 엄청나게 수행을 했던 삼형제가 있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사회적 지도자에 해당되어 많은 정보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는데, 어느 날 염라대왕이 세 사람의 사자를 보냈다는 것을 듣습니다. 정보를 빼낸 덕에 본인들이 곧 죽는다는 걸 알게 된 것이죠. 다급해진 형제는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합니다. 많은 토의를 해봐도 합의점을 못 찾아 염라대왕이 보낸 사자를 피하는 길에 대해서 각자의 방식을 취합니다.


도술이 뛰어났던 큰형은 투명인간이 되면 안보일 거라 생각하고 둔갑술로 허공에 몸을 감추어버립니다. 둘째는 무슨 소리냐, 그래봤자 허공이라는 것도 사자가 흔들다보면 나온다, 땅속에 숨으면 염라사자가 못 잡을 것이다 해서 아주 은밀하게 지둔술과 둔갑술로 땅속에 숨어버립니다.
셋째는 가만히 보니까 형님들이 한심한 거예요. 염라사자가 하늘이든 뭐든 다 알 거란 생각에 바닷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는 사자가 못 들어올 것 같은 조개 속에 숨었어요.
자! 결말은 이렇습니다.
허공에 숨은 사람은 허공에서 떨어져 죽고, 땅에 숨은 사람은 땅이 갈라져 죽고, 조개 속에 들어간 사람은 조개밥이 되어서 죽었더랍니다.
다시 얘기하면 나라는 자가 몸뚱이요, 현상이라면 이것은 역할에 생멸이 있듯이 한시적인 겁니다. 현상을 나로 보는 한에 있어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대단한 권력을 누리고 있어도 나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안을 외면하는 이유
우리는 왜 불안해할까? 그리고 불안한 것으로부터 왜 외면하거나 도망가려고 할까?
자기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자기 스스로의 삶을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지 못합니다. 지나간 것은 온갖 후회투성이고 아쉬움이죠. 내가 조금만 더 젊었다면, 그때 내가 돈을 조금 더 벌어놓았더라면, 내가 그 사람하고 사이가 조금 더 좋았더라면 하면서 자기 삶에 대한 수많은 부정이 밑변에 깔려있어요. 그러니까 자기 삶을 사랑할 수 없어요. 뭔가 부정으로 가득 차 있어요.


그러고는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니 두려움 투성이입니다.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말이 이 뜻 아니겠습니까? 온갖 두려움이죠. 검증될 수 없는 시간 앞에 와 있을 것이다. 지금 내 나이가 어떤데, 지금 건강이 어떤데. 내가 가진 돈이 어떤데, 우리 자식들은 어떤데, 온갖 것들을 측정해보니 이것은 믿을 바가 못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겁니다. 불안해요. 그래서 이 두려움에 의해서 미래를 자꾸만 마주하지 못합니다.


결국 남는 것은 현재인데 현재는 어떻습니까? 망설임에 어떤 것도 못합니다. 돈 갖고 있는 것 쓰지도 못합니다. 미래가 두려워서 있는 돈 못써요. 내가 갖고 있는 지위를 누려야 될 텐데 실은 누리지 못합니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의 자기부정과, 현재의 망설임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똘똘 뭉쳐있는 게 나인데도, 이 나를 어떻게든 잊으려고 하는 데에 익숙합니다. 잊는다고 해서 잊혀질 것인가? 이건 분명히 아닙니다.


인생은 괴롭지 않다, 현상이 괴롭다.
아까 부처님 당시의 도술가 삼형제가 나의 끝인 죽음을 피해보려고 용을 썼지만 끝내 죽음이란 현상으로 등장했습니다. 내가 몸뚱이요, 내가 현상이라고 하는 전제를 두는 한에 있어서 우리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던지신 가장 근본 법문이 뭡니까? 사성제 법문입니다. ‘고집멸도(苦集滅道)’라고 하는 기본인식, ‘나’라고 하는 자가 사는 한에 있어서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생이 괴롭다는 게 아닙니다. 현상이 괴롭다는 것입니다. 누가 있기에? 내가 있기에!


내가 있기에 괴롭다는 것이지 내 인생이 괴롭다는 얘기가 어느 경전에 나와 있습니까? 불교는 괴로움이란 진단을 통해서 괴로움이 없는 진정한 극락을 얘기하는 것인데, 많은 분들이 여기서 함정에 걸립니다.
“불교는 허무야.” “불교는 괴로움을 얘기해.” 진정한 괴로움인지 스스로를 제대로 봐야지요. 우리는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됩니다. 다른 사람의 정직은 놔두고 나 자신에 대해 정직해야 됩니다. 결국 ‘나’가 있는 한 괴로움을 멈출 수 없다면,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야겠다는 것을 시도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겁니다.


이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
문사수법회 법요집 151페이지, 달마대사의 ‘이입사행론’입니다. 이것은 모든 수행을 점검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 잣대입니다. 특히나 누군가 괴롭다, 외롭다, 뭔가 쫓기고 있다는 마음이 든다고 할 때 항상 이 부분을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여기 보면 “첫째, ‘원망을 갚는 행’이란 무엇인가?”라고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수행자는 괴로움을 당하게 되면 마땅히 이렇게 생각하여야 한다.

‘내가 지난 옛날부터 셀 수 없는 세월 동안, 근본은 버리고 사소한 일을 좇으며 생사의 물결 속을 윤회하였다.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원한과 증오가 있었을 것이며, 뜻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일 또한 한이 있겠는가? 지금 비록 내가 저지르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이는 지난 세상에 나에게 잠재하였던 재앙이며 악업의 열매가 익은 것일 뿐이다. 하늘이나 사람은 알아볼 수가 없다.’

이런 마음으로 괴로움을 달게 받으면서, 누구도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경의 말씀에
‘괴로움을 당해도 걱정하지 말라. 왜냐하면 마음은 막힘없이 통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다.

이런 마음이 날 때에 이치와 맞아 떨어져서, 원망을 바탕으로 도를 닦아가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원망을 갚는 행’이라고 하느니라.”


벌어질 게 벌어졌을 뿐
 그렇죠? 괴로움을 당해도 걱정하지 말라, 왜냐면 마음은 막힘이 없이 통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등장하는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원인 없는 결과가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이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입니다. 자기가 사고 저지르고 나면 도망갑니다. 심지어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압니다. 자기가 아무데나 똥을 누고 나면 주인한테 혼날 줄 알기 때문에 숨어버립니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는 게 현상입니다. 현상은 역연히 등장하죠. 그러니까 지금의 나로서는 기억이 안날 수 있습니다. 나는 도저히 논리적으로 납득이 안 될 수도 있지만, 내 앞의 어떤 결과 즉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반드시 그것에 상응한 원인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내가 인정하고 말고가 관계없습니다. 내가 외면하고 말고도 관계없습니다. 내가 건너뛰고 싶다고 해서 건너뛰어지는 게 아닙니다. 벌어질 게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내 마음은 그것을 인정한 가운데서 막힘이 없이 통하기 때문에 거리낄 게 없다는 말씀이죠.


사실 이렇게 나에게 벌어진 현상을 전면수용하지 않는 한에 있어서, 나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인정해야 합니다.
이것이 자기에 대한 정직입니다.
나에게 벌어지는 어떤 것들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어떤 씨를 심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지, 누구 때문도 아니고, 구조적인 문제도 아니고 벌어질 게 나에게 벌어졌다는 것으로부터 지금 새로운 원인을 짓는 자리로 가는 것이 수행자의 본분입니다. 지나간 것을 분석할 시간이 없습니다. 왜 그랬나 따지면서 후회할 때가 아닙니다.


벌어졌다면 이때 나는 지난 모든 것들을 전면수용 합니다. 전면수용 한다는 것을 “참회합니다!”로 배웠습니다. 오직 참회할 뿐입니다. ‘내가 왜 참회하느냐? 나는 잘한 게 이만큼 있으니 요만큼 까지만 참회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전면 참회하는 겁니다.
참회란 말은 부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벌어지는 모든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제부터 나는 새생명의 주인으로 살겠다고 결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문사수법회 여여법사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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