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처님께 한 끼의 공양을 올리는 사이에…”하는 23번째 원(願)의 계속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살아 있다는 증거는 바깥으로부터 음식이 들어온다는 전제로부터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단순하고도 당연한 사실을 너무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분, 밥 빨리 먹고 일처리를 합시다”하며 재촉하는 사람이 하나 둘로 그치지 않는다. 일 처리를 우선에 두면서, 밥 먹는 것을 절차상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사고방식이다. 혹은 밥상을 받다가 말고 반찬투정을 하는 경우는 또 어떤가? 부부싸움 하다가 밥상 엎어버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쌀 한톨 물 한방울의 가치 알아야

그야말로 전도몽상(顚倒夢想)이라!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이 따르는지 모르는 뒤집혀진 생각이다. 식사 한 끼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는 평범한 진리에 눈감고 있기에 그렇다. 따라서 유명한 음식점에 가서 먹어야지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니다. 간장 한 종지만 놓고 먹더라도, 쌀 한 톨이나 물 한 방울에 담긴 생명을 잊지 않는 것이 참다운 식사다. 생각해보자. 알고 보니 내 생명의 끈이 멀리 있지 않음을 아는 사람이, 어찌 감히 밥풀을 흘리고 물을 함부로 버리겠는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밥 한 톨, 물 한 방울을 얼마나 감사하며 받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그리하여 밥 한 톨, 물 한 방울이 내입에 닿기까지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흘러오는지를 떠올리자. 마침내는 이것이 어디로 가는가까지 따져보면서…

이와 같다. 밥상을 받는 것은 그저 많은 일과 중의 하나가 아니다. 세상이 나한테 “이거 먹고 세상이 주는 생명에너지를 공급받아라!”하는 사명을 부여받는 자리다. 그러니 식사로부터 생기는 힘은 나의 힘이 아니라, 나로 드러나는 힘이다. 그 힘을 가지고 세상을 위해서 살라는 사명이 담긴 힘인 것이다.

한 방울의 물에 천지(天地)의 은혜가 스며있다고 얘기하면, 과장이 심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으리라. 하지만 물 한 방울이나 쌀 한 톨도 나라는 존재가 혼자의 힘으로 생산한 게 없다.

세상이 나에게 생산해서 공급해주었을 뿐이다. 천지간에 가득 찬 기운이 그것에 다 담겨있고, 세상의 땀방울이 다 그것에 스며있다.

내가 이룬 업적이 따로 있지 않아

언제 어디서나 무한히 살려주시는 은혜에 자신을 맡길 줄 알아야 한다. 맡길 줄 아는 그때, 곧 “한 끼 공양을 올리는 그 사이에 헤아릴 수 없는 모든 부처님나라에 두루 이르게 한다”고 법장비구는 발원 하셨다. 이는 내가 그 감사를 내 몸과 생각 속에 담아두고 살아갈 때가 극락왕생(極樂往生)한 삶이라는 얘기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새삼스레 찾아갈 극락이 아니라, 자신이 이미 그 세계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안다는 것과 된다는 것이 비로소 동일한 상태임이 밝혀진다.

이제 아미타부처님께서 우리가 한 끼의 공양을 올리는 힘마저도 자신의 힘이 아니라는 역설(逆說)과 만나고 있다. 그러니 내가 올리는 공양이 어디 따로 있을 것이며, 내가 이뤄놓은 업적(業績)이 어디 따로 있을까? 모두 다 부처님 힘으로 내가 살려져왔고, 살려진 힘으로 세상을 향해서 다시 공급하며 나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참으로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영광된 생명인지 도저히 짐작도 못할 지경이다. 살려짐으로 해서 살고 있는 나의 삶입니다. 어찌 미래를 걱정할 틈이 있겠으며, 어찌 과거를 후회할 여지가 있으리요.

밥 한술 들고 물 한 방울 마실 때, 극락왕생의 원(願)은 그대로 실현된다. 그렇지만 자기 참생명의 원을 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자기 배가 부르니 남의 배고픔을 우습게 알거나, 물 한 방울 달라는 사람에게 “당신은 복(福)이 없어서 그렇다”고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공양 한 끼를 통해서 살려주시는 은혜에 값하는 삶임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말이다.
 나무아미타불!
 

여여 문사수법회 법사
법보신문 898호 [2007년 0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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