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아는 것으로 살아가는 것과 지혜로 살아가는 삶은 분명 다름을 경험하게 됩니다. 먼저 전자의 삶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행복을 원하고 복된 삶을 위하여 나름대로 꼼꼼히 따져보고 물어보고 계획도 분명하게 세워서 하나하나 실천을 해 나아갑니다. 어떤 과정과 단계까지는 꿈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여 집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일이 다 마음먹은 대로 성취되질 않습니다. 잘 이루어지는 듯 보이지만 어떤 예기치 않은 변수로 인하여 일이 꼬이고 나아가서 그릇된 방향으로 진행되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그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은 마침내 절망하게 되는 경우를 맞이하게 됩니다. 다음으로 후자의 삶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지혜로운 삶이란 우선 우리들의 인식의 대전환이 이루어진 삶, 즉 생명의 가치가 유한에서 무한으로 크게 바뀐 삶을 의미합니다. 모든 중생들은 본래 부처님의 자비원력(慈悲願力)에 의해서, 다시 말해 삼매(三昧) 속에서 살려지고 있는 존재인 것입니다. 따라서 지혜로운 삶이란 자신의 무지(無知)한 욕망에 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상관없이 본래 생명의 가치에 의지하여 인생을 누리는 삶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누리는 삶이기 때문에 언제나 자유롭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여 고통을 받고 또한 근본적으로 생로병사를 겪는 것은 태어나서 늙어 죽는 ‘나[我]’가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가 ‘나’의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을 다섯 가지로 분석하여 ‘오온(五蘊:色․受․想․行․識)’이라고 불러 주십니다. 어떤 사물을 보면서 느낌과 생각과 의도가 발생하는데, 이렇게 발생된 감정, 사유, 의지 등이 삶을 통해 모은[集] 것을 오온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모인 의식(意識)들을 실체화하여 자아(自我)라고 집착하게 됩니다. 즉 내가 눈으로 꽃을 보고, 감정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고, 이성으로 생각하고, 의지로 행동하고, 의식으로 인식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우리의 다섯 가지 생각일 뿐, 보고 느끼고 내지 인식하는 것들이 모두 실체적 ‘자아(自我)’는 아닌 것입니다. 즉, 오온은 우리가 어떤 의도와 욕구를 가지고 ‘나’라고 집착하고 있는 ‘다섯 가지 망상 덩어리’인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범부 중생은 이 허망한 망상[五蘊]을 자아라고 집착하여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반드시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맞이하는 운명의 존재가 되고 만 것입니다. 그래서 《반야심경》에는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실 때 오온[다섯 가지의 망상 덩어리]이 모두 공(空)함을 비추어 보아 일체의 고액(苦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느니라.”라고 법문 주십니다. 그런데 우리들이 나(我)라고 집착하고 있는 이것은 이렇게 허망하고 실다운 것이 아니라고 일깨워 주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집착심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있지도 않는 나를 있다고 집착하는 그 허망된 마음을 항복 받기 위해서는 ‘반야바라밀다’를 깊이 행(行)하라고 말씀주고 계심을 주목해야 합니다.


살아 있다고 하는 것은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끝없이 일어나는 생각으로 인하여 어떤 목적을 가지고 활동을 하게도 합니다. 이같은 현상은 살아 있는 자의 특권입니다. 그런데 앞서 간단히 설명한 것처럼 생각(生覺)이 오히려 번뇌가 되고 망상이 되어선 안되는 것입니다. 생각과 망상의 차이는 자신의 참생명을 긍정의 세계인 ‘부처님생명’으로 믿고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미혹의 존재인 ‘중생생명’으로 살고 있다고 집착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오랜 과거생(過去生)에 ‘나와 남이 모두 함께 일시에 성불되어지이다[自他一時成佛道]’라고 발원하고 정진하시어 부처를 이루었다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당신의 성불과 동시에 우리도 이미 무한절대인 부처님생명을 살고 있음을 일깨워주고 계신 것입니다. 우리가 이처럼 부처님의 자비원력에 의지하여 이미 부처님생명을 살고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지체없이 그 말씀을 의지하여 믿고, 그렇게 참생명답게 살아가면 그뿐인 것입니다. 무얼 주저하고 망설이고 이것저것을 헤아리고, 있지도 않은 근심걱정을 짐짓 만들어 놓고 마음에 걸리고 그로 인하여 스스로 절망에 빠져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하는 것입니까? 그와 같은 삶은 어리석음입니다.


한 제자가 스승께 질문을 합니다. “극락세계가 있습니까?” 스승께서 되물으시길, “이 사바세계가 실재하느냐?” 제자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합니다. “예, 물론 실재합니다. 스승님.” 그러자 스승은, “만약 이 세계가 실재한다면, 정토는 더욱 더 그러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에게 번뇌하고 괴로운 삶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진실한 삶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림자가 있다면 그 그림자를 낳게 한 진실한 상(相)은 더욱더 분명히 있을 것이니 그 진실이란 다름 아닌 정토(淨土)인 것입니다. 그림자는 길어졌다가 다시 짧아지고, 옅었다가 짙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진실한 상은 길거나 짧아진 적도 없고, 적거나 많아진 바도 없이 본래 여여(如如)한 그대로 존재할 뿐인 것입니다. 이 같은 진리의 실상을 믿고 받아들인 사람은 무아(無我)로 살아갑니다. 즉 무아를 인정한 사람은 오직 나만을 위한 특별한 어떤 삶을 살아갈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부처님생명을 믿기에 다만 모든 존재를 부처님 모시는 마음으로 살아갈 뿐입니다. 따라서 부처님을 모시는 삶 속에서 언제나 무한한 영광과 성취가 전개되어집니다.


무아로 살아가지만 그 역시도 매 순간 끊임없이 생명의 그림자인 ‘나’는 드러나게 됩니다. 그 드러나는 나를 어떻게 마주보고, 선택하며, 마음 내어 쓰기에 따라서 삶의 방향은 크게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이제 마음속으로 선언 하여야 합니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나의 참생명이신 부처님 생명만을 의지하고 부처님생명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마주하는 모든 사람, 내게 주어진 모든 소임, 지금 거처하고 있는 그 자리에서 안심하고 활달하게 멋있게 살아가면 그뿐입니다.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깊게 행하는 삶인 것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매 순간마다 “나무아미타불!” 염불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게 다가오는 어떤 상황도 나를 불행과 절망으로 몰아가는 조건들은 실재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법우님을 행복하고 자유로운 완전한 삶으로 이끌기 위해 짐짓 다가온 훌륭한 스승님이며 도량인 것입니다. 그러니 이 같은 조건에 대해서 어찌 주저함이 있겠습니까. 그냥 받아들이는 용기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항복(降伏)받는다는 것은 먼저 지금까지 훌륭한 스승님과 은혜스러운 존재에 대해서 감사할 줄 모르고 자신의 작은 지혜와 편견과 욕심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였던 못난 자신을 빨리 인정하고 부처님의 자비원력을 믿고 받아들이는 용기를 의미합니다. “나무아미타불”로 항복받고 염불로 살려지는 무한 생명의 주인공으로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문사수법회 명성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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