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법회, 자랑좀 할까요?

조회 수 4741 추천 수 0 2009.09.16 00:00:00

문사수 여름 수련법회.

7월호 법우지에 공지가 나가면서부터 수련회는 하나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프로그램 회의하고, 준비물을 점검하고, 수련T셔츠를 주문하고, 시간표를 짜면서…

시간은 점점 가까워오는데 준비는 흡족하지 않은 것 같고…

결국은 정진원에 내려가는 당일 오후가 한참 지나서야 마무리를 합니다. 마침 금강경 강좌 회향날이라 점심도 떡과 과일로 했는데, 시간은 끼니때가 되어가건만 저녁을 챙길 시간이 마땅치 않습니다. 퇴근 시간과 맞물리면 빠져나가는 길이 막힐 것은 뻔하기 때문이지요. 보명법우와 짐을 정리하고는 정신법사님의 차에 오릅니다.

6시, 드디어 법당에서 출발하는데 한창 더운 날이다보니 오히려 태양이 누그러드는 저녁에 출발한 것이 조금은 다행스럽습니다. 차밖의 경치도 좋고 걱정과는 달리 길도 많이 막히지는 않습니다. 김포대교를 건너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평택호를 지나는데, 배가 고픈 탓인지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없어서 도저히 그냥은 못가겠습니다. 온양에 있는 식당에 들어간 시간은 어느덧 9시, 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다시 국도를 타고는 열심히 달려 대전에서 고속도록에 진입하자, 이제부터는 좀더 마음 편히 가도 되겠지 하는 마음에 잠이 듭니다. 국도를 달릴 때는 운전하는 분을 생각해서 옆에 앉은 제가 표지판이라도 봐야 했지만, 고속도로에서는 크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물론 계속 운전하는 법사님은 힘드시겠지만 옆에 앉은 저야 자다가 휴게실에서 깨면 그 뿐인걸요.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정진원에 도착하니 새벽 1시. 절에 들어가기에는 죄송할 정도로 늦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혹 미리미리 정리하고 점검할 것이 없나 하고 수련법회 일정보다 이틀 이르게 도착한 것인데, 법당 청소와 도량 주변 정리가 필요할 뿐, 다른 것은 한달 전에 미리 와계신 정여법우님과 정진원에 계신 법우님들이 이것저것 준비해 놓은 상태네요. 수련법회를 위해서 명성법사님과 법우님들의 애쓰신 흔적이 절로 감탄사로 이어집니다.

잘 걸린 가마솥과 과분한 생각마저 드는 샤워실이 무엇보다도 먼저 눈에 띕니다. 어릴 때 먹었던 가마솥의 누룽지를 이번 수련회를 통해서 꼭 먹어보리라 미리 기대합니다.

이것저것 점검하고 챙기는 중에 분주하지도 한가하지도 않게 어느덧 입재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더위가 한창인 오후 2시가 되자 전국에서 찾아오시는 법우님들이 속속 도착합니다.

 

익숙한 분도 처음 참여하시는 분도, 가까이서 오시는 분도 멀리서 오시는 분도 반갑기는 매한가지.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고불정진(告佛精進)을 거쳐 조별로 모이고는 프로그램에 들어갑니다.

초등학교 1학년 이상이면 아이들도 당당한 부처님생명으로 조의 일원이 되었지요. 그야말로 부처님법 안에서는 남녀노소가 없음을 되새기는 시간이었어요. 처음에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잘해낼 수 있을까 하고 염려했겠지만,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자녀들을 대견한 눈으로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또한 모든 어른들도 이러한 기회를 거쳐 아이들을 진정한 부처님생명으로 찬탄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루가 지나자 프로그램은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새벽예불을 마치고부터는 조별로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따라, 정진원 경내와 경외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어떤 법우님은 마당에서 잡초를 제거하는 운력을 하고, 어떤 법우님은 법당에서 염불을 하며, 어떤 법우님은 공양준비로 바쁘게 움직입니다. 또 어떤 법우님들은 모여서 주제토론을 하고, 또 다른 법우님은 정진원 바깥으로 나가 예정된 프로그램에 동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프로그램은 모든 법우님이 한번씩 공유합니다.

 

이것이 바로 이번 수련법회의 주제인 일상이 그대로 정진임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참여하시면서 한발 떨어져서 보셨다면, 수련법회의 프로그램이 그대로 우리들 일상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부처님께 예경올리는 예불과 정진으로 시작해서 밥짓고 청소하고 일터에 나가 업무에 종사하다가, 저녁이 되면 모두 모여 법문을 듣고 서로를 찬탄하며 정진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일회적인 수련프로그램이 아니라 일상으로 복귀해서도 그대로 이어지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이지요.

거기다 문사수 수련법회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한탑스님의 지남법문과 수련법회의 인기프로그램 신앙발표, 간간이 양념과 같은 노래배우기는 수련법회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이렇게 프로그램이 바삐 돌아가는데도 별로 피곤하거나 분주하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예년에는 지남 법문 시간에 어쩔 수 없이 존 적도 있었건만, 이번에는 전혀 졸립다는 생각도 없이 법문에 열중할 수 있었습니다. 더움을 탓하는 게으름도 부릴 수가 없습니다. 뜨거운 햇볕에 빨갛게 얼굴이 익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법우님들을 보면서는… 백마디 말보다 더 감동적인 행동 앞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도 배놓을 수 없겠죠.

고사리 손으로 숟가락을 나눠주는 아이에게나 밀짚모자 챙겨쓰고 호미를 잡고 풀을 뽑던 아이에게나, 잠깐 본 나무를 그리는 몸짓에서, 눈가린 어른 손을 잡고 안내하던 아이들의 모습에서 전에는 미쳐 보지 못한 진지함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날 염주를 만들어서 부처님께 올리고, 회향타종을 하면서 법사님께서 목에 걸어주는 염주를 받을 때는 다른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오로지 부끄럽고 감사한 마음만이 가득했습니다. 법사님들과 법우님들, 그리고 모든 인연들에 대해서…

 

이렇게 수련법회는 법우님들의 찬탄과 부처님의 가피 속에서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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