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선과 악인악과(善因善果 惡因惡果)
등관법사_정진원 상주법사                        

 


매년 김삼수 법우님 댁에서 무우 배추를 보시하셔서 오늘 차에 실어다 쌓아놓으니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올해 배추농사가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도 비싼 데다 속이 차질 않았다고 다들 김장걱정을 하시는데 정진원에선 큰 부담 없이 김장을 담게 되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 여러 법우님의 울력에 힘입어 올해도 맛있는 김장이 담가질 것입니다.


전 이렇게 법우님들 덕택에 정진원에서 두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할 수 있게 되는가 봅니다. 불과 달포 전만 하더라도 ‘결코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란 생각으로 부단히도 나갈 궁리만 했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전화를 받으면 “어머, 아직 계시네요.” 하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견딜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힘과 버팀목이 되어 주신 분들도 법우님들이시기에 그 말씀도 관심의 표현이라 받아들입니다. 


제가 여기 처음 들어올 땐 아주 많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동안 공부해 온 것을 회향하고, 또 새로운 수행으로 제 공부가 더욱 발전될 것으로 말이죠. 하지만 맡은 소임이 살림살이가 되다보니 집에서보다 더 신경 쓸 일이 많고, 제가 원했던 고고한 수행의 모습은 꿈같은 일이었습니다. 차라리 집에선 집안일 제쳐두고 정진과 법문을 가까이할 시간을 마음대로 낼 수 있었지만 이곳에선 눈앞에 일이 산더미라 일에 치여서 다른 걸 생각한다 건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그런데다 불쑥불쑥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분들로 인해 제 자신이 항상 노출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저를 참으로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만나기 싫어도 만나야 하고, 말하기 싫어도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언제나 매여 있기 싫어하는 저를 얽어맨 듯 느끼게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당혹스러웠던 것은 그런 상황에서 제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나를 만나야 했던 점입니다.


어쩜 화 한번 안낸다고, 그래서 너무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얘길 듣던 저는 온데간데없고, 툭하면 짜증내고 불만 섞인 소리를 내어서 주변 분들을 살얼음 걷는 분위기로 몰아가서, 정반대로 차갑고 무섭다는 얘기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정진원에 들어와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정진원을 나가면 해결될 일이라 생각하고 금방 나갈 태세로 행동하였지요. 내가 없다는 법문을 들었으므로 나보다 남을 위한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이 순간만은 철저히 나를 위해서 행동한 것이지요.


그 결과 나가지 못하는 저도 힘들었고, 정진원장님(주지스님)까지 힘들게 했습니다. 그 힘든 과정에서 전 제가 왜 힘들고 괴로운지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그 원인이 순전히 나를 위한데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절에 들어와서 오히려 반대로 나를 내세우고 있는 저를 본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건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 나를 항복해가는 공부는 아니란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가운데 내가 항복되어지는 새로운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싫은 일을 하는 가운데서 내 생각에만 치우치게 되면 만사가 짜증나고 힘이 들고 결코 즐거울 수가 없으니, 할 수 없이 나를 놓아야만 편해지는 걸 아니까 싫든 좋든 간에 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요. 지금 제가 나를 놓았는지는 저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만 편해진 것만은 사실입니다.    


아마도 제가 정진원에 들어오지 않고 인생을 마감했다면 전 이렇게 제 안에 도사리고 있던 이 무서운 나를 알지 못한 채 스스로 만족하고 갔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부처님의 원력에 의해서 정진원으로 오게 되었음을 믿습니다.

언젠가 회주스님으로부터 善因善果 惡因惡果라는 법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흔히들 선인선과 악인악과라고 하면,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과보를 받고 악한 일을 하면 악한 과보를 받는다고들 알고 있지만, 이는 적극적인 해석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착한 일을 하면 자꾸 착한 일을 할 기회를 만나게 되고, 나쁜 일을 하면 계속 나쁜 일을 할 기회만 만나게 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하셨습니다. 앞서 말한 일반적인 해석으로 선인선과를 받아들이게 되면 ‘내가 이만큼 착한 일을 했는데 왜 결과가 이럴까’ 하는 보상심리가 생겨나는 부작용이 생겨나니 경계해야 하며, 도둑질을 하는 사람은 자꾸 도둑질을 할 사람들을 만나게 됨으로써 더 큰 도둑질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유를 들어 자상하게 설명해 주셨는데, 그 말씀에 금방 이해가 되었지요.


저 또한 나름대로 열심히 부처님법 안에서 살려고 노력한 결과, 더 큰 부처님의 심부름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나를 포기하고 항복되어지는 현장에서 지금 이렇게 살려지고 있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결국 공부도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엄연한 진실 앞에 오로지 나무아미타불 염불로서 나아갈 뿐입니다. 그리고 더 큰 공부의 기회를 주신 부처님께 엎드려 예경 올립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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