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바니 세바네
 

문사수법회와의 만남 - 신앙발표(1)

보천 조은영 2009.09.09 조회 수 3636 추천 수 0
귀한 수련회 모임의 자리에서 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법우님들과 함께 나누도록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신앙 고백으로 들어가자니 먼저 날마다 자신을 돌아보도록 이끌어 주시는 법사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궁극의 행복을 지향하는 대긍정과 대자유의 삶을 살라고 이끌어주시는 법회와 법우님, 법사님, 그리고 살려주시는 모든 부처님생명께 감사합니다. 올 해는 신앙 발표자가 한명이라고 하시기에 이것저것 생각을 정리했습니다만, 역시 여기까지 저 혼자서 올 수 없었고 제 힘으로 무엇을 한다는 것은 될 수 없음을 또 다시 인정하게 됩니다.

돌이켜보니 문사수법회(聞思修法會)와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제 삶에서 몇 가지 크게 감사한 일들이 기억납니다. 그것은 경전공부, 수련회, 법회, 입문강좌, 수계, 정진, 전법으로 이어지는 삶입니다.
정해 법사님과 한 직장에 있던 인연으로 불소행찬(佛所行讚)을 월·수·금요일 점심시간에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 때 저는 석가모니 부처님에 대해서 완전히 다시 배웠습니다. 법사님과 같이 공부하기 전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을 막연히 제가 설정한 과거의 부처님이라고, 그래서 저와는 관계없는 분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현재의 제가 계속되는 스승의 스승을 통해 부처님과 한생명, 한 동갑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계속 공부하면서 선악(善惡)에 대한 판단이나 죄(罪)에 대한 생각도 불생불멸(不生不滅) 불구부정(不垢不淨)으로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무유공포(無有恐怖)의 원리를 받아들이니 살아가면서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문사수 법회를 통해 바뀐 큰 생각 중의 하나는 바로 '불교는 믿음의 종교'라는 것입니다. 그전까지는 경전공부를 하면서도 그저 상대유한을 계속 인정하고 있는 내가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해서 절대무한의 깨달음으로 도달하는 길을 목표로 설정했던 것입니다. 괴로움을 여의고 궁극의 행복을 위한다는 대전제는 과거나 지금이나 동일한데, 사고의 출발점, 첫 단추는 잘못 끼워져있었다고 하겠습니다. 법문을 들으면 들을수록 '부처님 말씀이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내 삶과 종교가 따로 분리되어 있던 데에서 이제는 '불법하(佛法下)의 오욕락(五慾樂)' 그것이 대자유의 삶이라는 것을 납득하게 되었습니다.

제 주위에 계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종종 불교(佛敎)를 철학(哲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다른 종교를 신앙하는 분들이 더욱 확실하게 규정해버립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는 제 삶과 생각의 근본 뿌리로 작용하고 있으니, 제게는 더 이상 학문이나 지식이 아닙니다. 보는 눈에 따라서 또한 목적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는 것일 뿐이지요. 제 앞에 벌어지는 일들이 많지만 부처님법에 비추어서 생각하니 더 근본이 되는 문제가 있고, 그걸 먼저 해결해야 됨을 알게 되었습니다.
97년도에 석남사에서 문사수법회 수련회가 있었을 때, 법사님의 권유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수련회는 1년을 살면서 큰 획을 긋는 시간이 됩니다. 여름휴가로 수련회를 선택하는 이유는 법우님들로부터 배우고, 따뜻한 사랑을 나누며, 믿음을 키우고 자신의 변화에 대한 동기를 주는 중요한 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참가했던 수련회가 계기가 되어 법회의 중요성을 알고 꾸준히 '듣는' 탄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그야말로 참생명에 양식을 주는 일을 열심히 했습니다.
여여 법사님께서 대전에 오셔서 화엄경 법문을 해주셨는데, 그날은 집에 가서 남편에게 들은 법문을 다 전해주고 잠을 잤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놀랍고 귀한 이야기를 아까워서 그냥 담아둘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도 법회에 나오게 되고 올바른 부처님 법으로 곧바로 진행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모든 일은 믿음대로 되었습니다. 시부모님께서도 저희 가족이 귀한 스승을 만난 인연에 대해 무척 다행스럽고 감사해 하십니다. 나무아미타불!

이렇게 배우고 적용해 나가다가 수계(受戒)를 받는 시점에서는 더욱 삶이 진지해졌습니다. 한탑스님께서 법명을 주시면서 무한한 축복의 말씀을 주시고, 더구나 구속이 아닌 참생명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해주시던 대목에서는, 마음이 그렇게 은혜스럽고 편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수계는 어쩐지 구속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데에서, 삶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시간이 되니 많이 감사했습니다. 수계를 받고 나서 저와 남편, 함께 수계를 받으신 법우님들은 모두가 감동에 넘쳤고 진리의 삶에 대해 적극적으로 되었습니다.
흔히들 '종교는 그렇게 푹 빠져들면 안돼'라고 말합니다. 스스로가 빠져나갈 생각도 해야 되고 남의 눈도 의식하자니 광신으로 볼까봐 두려워지기도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적당주의라는 것이 참으로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압니다. 구속이 아닌 생명 원리에 의한 자연스런 요구에 의해서 계(戒)를 지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니 저를 구속하고 있는 것은 저 자신의 생각뿐, 사실 어디에서도 저를 구속하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선입관과 편견은 쉽게 떨쳐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미타생명으로만 인정하고 보겠다고 매일 다짐했습니다. 실제로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그에 대해 아무런 전제 없이 만날 때는 평등의 눈이 되어 자유로웠습니다. 이제는 알건 모르건 나무아미타불로 인해 평등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제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늘 청년으로 살게 되는 것이 불자(佛子)의 삶이라구요. 법명을 받고 나서 저는 세상을 보는 눈이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대범해졌습니다.

저는 세상 사에 욕심이 참으로 많습니다. 뭐든지 잘하고 싶은 생각이 많은데 학교 생활이건 직장 생활이건 사실 마음이 그리 개운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나만 생각하는 데서 출발한 경쟁 의식이 기본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생각과 행동의 출발이 자타를 동시에 살리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나니 당당해졌습니다. 여자로써 집안 일도 잘하고 싶고 직장 일도 잘하고 싶은데, 사실은 엄마 노릇도 아내 노릇도 자식 노릇도 직장에서의 역할도 한계뿐이었습니다. 온통 살려지고 있었지 나 혼자 힘으로만 해나가는 것이 하나도 있을 수가 없음을 법문을 듣고서 확인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모르겠습니다. 상황은 똑 같은데 갑갑하고 불만스럽던 데서 다만 감사로 바뀌었습니다.
법회에 오면서 삶의 우선 순위를 바꾸니 더 여유가 있고 지혜가 나옵니다. 저는 이제 저의 능력도 다 끌어내어 쓰겠다고 하고 있고, 동시에 주위의 도움도 받을 거 다 받으면서 감사 회향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두통도 없습니다.

사실 불교를 접하게 된 계기는 여자라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이 결코 평등하지 않았습니다. 죽을 때까지 여자라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법문을 들으면서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을 늘 생각하게 되었고, 나의 선택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기억할 수 없는 과거에 나는 여자를 선택했다면 그 결과가 벌어지는 것이라구요. 지금도 매사에 생각하고 행해지는 일들을 돌아보면서 후회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것을 돌이켜 보면 매번 제 스스로가 '여자'나 '졸장부' 이기를 선택했고, 고정된 모습으로만 규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내 앞에 벌어진 모든 일을 받겠다고 생각합니다.
불교가 어려운 것은 나의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를 할 때라고 일러주셨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이제는 불교가 쉽고 좋습니다. 쉬운 불교를 할 수 있도록 법문을 베풀어주시니 또한 감사합니다. 저는 세상 만물이 너무도 신기하고 놀라와서 조물주의 존재를 믿었습니다. 기독교 생활은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활발한 게으름의 시기였습니다. 기도도 많이 하고 성경 말씀도 많이 외우고 전도도 하면서 활동은 많았는데, 스스로 근본의 물음을 묻지 않았고, 근본 문제 해결에는 더욱이나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다가 오빠에게 아픈 일이 생기고 학교 성적도 떨어지면서 세상사와 맞아 떨어지지 않기에 등을 돌렸습니다.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 저의 첫 반응이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울타리 친 저의 생각이 잘못이었음을 모두 인정하고 그저 지금의 인연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계속>

*2001년 문사수여름수련법회, 신앙발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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