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바니 세바네
 

값진 인연들

정 은 숙 2009.09.16 조회 수 4151 추천 수 0

하나. 둘. 셋.

선정이, 규화, 재홍이.

저와 인연지어진 세 아이입니다.

첫째 아이인 선정이를 가졌을 때는 출산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관세음보살’을 천념씩 했습니다. 불심(佛心)은 제쳐두고라도 해야한다는 것 때문에 피곤하면 졸면서라도 했는데, 아마도 욕심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하기 싫은데’라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염불하였으니 아기에게 좋은 태교가 됐을까? 요즘 선정이가 책상 서랍에 예쁜 것, 좋은 것을 가득 채워놓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 엄마의 그릇된 태교로 비롯된 것이리라 자책해봅니다. 하지만 아미타의 어린이이며 부처님 생명을 살고 있는 불자(佛子)로 언젠가는 마음의 곳간을 활짝 열어 물질로 얻어지는 기쁨이 아닌 참다운 기쁨을 누리며 살리라 믿습니다.

둘째, 규화. 그야말로 마음을 편안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리라 생각되어 염불하고싶으면 하고, 절에 가고싶으면 가며, 스스로 어떤 구속이나 타인의 제약없이 편안한 임신 기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인지 누나보다 성격이 원만하고 누구하고나 잘지내며 밝게 지냅니다.

 

셋째 아이인 재홍이.

도저히 인연지어질 줄 몰랐던 아이입니다.

그 당시 제게는 주먹만한 혹이 자궁 안에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악성은 아니라 자궁 제거 수술만 하면 된다는데 신체 내부 장기를 떼어낸다는 일이 쉽게 마음먹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수술을 미루다가 아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떤 의사 선생님께서는 출산을 부정적으로 말씀하셨고, 어떤 분은 두고 보자고만 하셨습니다. 한편 저는 아이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인 고단함을 떠올리며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지옥같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아이를 생각하며 염불하지만 아이에게 옳지 못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죄책감으로 계속 눈물 흘리며 염불하였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아랫배를 만지면 어김없이 만져지는 큰 근종.

임신호르몬으로 인해서 태아가 성장함에 따라 근종도 같이 커지게 되면 지금보다 더 어려운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을 핑계삼아 이 몸 하나 살겠다고 수술대 위에 누웠습니다. 잠깐 지난 것 같은 느낌 후 가물거리는 정신으로 눈을 떴을 때 회복실에 있음을 알았습니다. ‘다 끝났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반사적으로 부르던 ‘나무아미타불’도 감히 소리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겨울을 맞았고 상처가 아물 때 쯤 방학을 맞이하여 친정에 쉬러 갔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 있는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하였는데

“아기가 잘 자라고 있군요”

라는 너무나 기가 막힌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순간 그 기쁨이란 내 자신도 이해되지 않는 분명한 기쁨이었습니다. 그동안 은연중에 나를 짓누르던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내 안에 아기의 존재를 확인한 순간부터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아기에게 준 고통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용서받고 싶은 마음에 잠들기 전 ‘나무아미타불’천념을 기쁜 마음으로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임신초기에 가졌던 부담감 등은 모두 사라지고 아기로 인한 행복감, 즐거움만 가득했습니다. 가족들 모두 아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언제나 화제는 아기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취, 수술 시술, 항생제 투여 등으로 아기에게 어떤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근심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임신 7개월 정도 되었을 때 사막에서 물을 찾듯 법당에서 하는 15일 정진에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했습니다. 예불, 반야심경 21독 염불정근을 108배와 함께 했는데 의외로 몸이 가벼웠습니다. 그리고 그 때 처음으로 정진의 기쁨을 진정으로 느꼈습니다. 열심히 정진하지 않은 삶을 후회하며 몸을 조아렸습니다.

 

가족의 염불 소리, 법우님들 염불 소리를 들으며 나고, 자라는 재홍이는 건강히 잘자라고 있습니다. 수련법회를 다녀오고 나서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할 때 옆에서 비슷한 소리로 흥얼대는 재홍이를 바라보면 귀엽고 감사할 뿐입니다. 재홍이로 인해 우리 가족은 더욱 화목해졌고, 부처님 법문 듣고, 내 자신을 돌이켜 보고 나의 삶을 바르게 닦는데 더욱 정진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값진 인연들을 맺게 되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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