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바니 세바네
 

부처님께 묻습니다

윤 선 우 2009.09.16 조회 수 3602 추천 수 0

Q . 부처님, 전 참 궁금한 게 많습니다. 사람들한테도 물어보고 책들에게도 물어보고 법사님께나 다른 스님들께도 묻습니다. 나 자신에게도 물었지만 알 수가 없는 것이 너무나 많아서요. 그래서 이젠 차라리 부처님께 묻습니다. 도대체 난 왜 사는 겁니까?

A . 나무아미타불.

 

Q . ∼음. 그러니까 그걸 알기 위해서 계속 염불하란 말씀이십니까?

A . 나무아미타불.

 

Q . 첫 질문부터 고차원적인 질문을 해서 그러시는 거지요? 그럼 삼세 모두를 통달하신 부처님껜 정말 너무 쉬운 질문 하나 드립니다. 내 팔자는 언제나 좀 편해집니까? 이건 복채 삼만원에서 오만원 가량 주면 역술원에서 잘 말해주고 또 기백만원 정도 복전을 드려서 떡 해놓고 전부치고 과일 올려 천도재나 산신재를 지성껏 지내면 보통 스님네들도 제법 말씀해 주시는 겁니다. 사람이나 귀신이 대답해 줄 수 있는 거라면 부처님께서야 아주 간단하고 정확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겠지요?

A . 나무아미타불.

 

Q . 계속 염불하라구요? 그러니까, 아는데요, 제 말은 염불은 염불이고 그거나 먼저 알면 더 열심히 염불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가르쳐 주시면 정말이지 낮이나 밤이나 쉬지않고 염불하겠습니다. 그러니 중생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말씀해주시지 않겠습니까?

A . 나무아미타불.

 

Q . ∼∼(말을 하시라 말이야 ∼∼말을, 나 원 참∼). 그럼 좋습니다. 쉽게 편해지려는 안일함을 경책키 위해 말씀 안 해주시는 걸로 이해하겠습니다. 예? 다 말씀해주셨다구요? ∼언제요? ∼나무아미타불이라구요? ∼아, 예 예 ∼(뭔 소린지 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먼 훗날 내 팔자는 그만 두고 지나간 일이야 나도 보고 겪은거니, 그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말씀해주실 수 있겠지요? 18년 전, 도무지 내 인연이 아닌 사람을 만나 결혼하게 된 건 무슨 업보로 그리 된 겁니까?

A . 나무아미타불.

 

Q . ∼∼요건 조금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지나간 일이니까 저도 이해가 빨리 되나봐요. 그 사람이 내 인연이 아니어서 내가 고생을 바가지로 한 게 아니고 내가 그 사람 인연이 아니라 그 사람이 고생을 바가지로 한 거라고 말씀하신 거죠?

A . 나무아미타불.

 

Q . 뭐, ∼겸허히 접수하겠습니다. 18년이 지나니까 조금 그런 것도 같은 생각이 드니까요. 그럼 기왕에 면팔리는 김에 마저 묻지요. 그렇게 해서 아니었으면 말았지 두번째 인연은 무슨 연유로 허락하셨습니까? 옛 어른들 말씀엔 한 넝쿨에 한 호박 열린다는 속담이 있는데 정말 남편복 없는 사람은 두 번 해도 똑같은 건가요?

A . 나무아미타불.

 

Q . ∼예? ∼그 양반이 처복이 지지리도 없어서 나같은 여자 만난 거라구요? 에이, 농담이시겠지. 내가 얼마나 말도 안되게 이상한 사람하고 살았는데. 다 아시면서 그러세요? 이제와서 말이지만 18년 전에 이렇게 하고 살았으면 첫번 결혼 실패할 일이 없었다구요. 다 보시고 계셨잖아요?

A . 나무아미타불.

 

Q . 안다고 했잖아요, 나무아미타불은 아는데, 왜 그런 억울한 일이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 일어나는가를 부처님께 묻는 겁니다. 오로지 내 잘못만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A . 나무아미타불.

 

Q . 무조건 참아야 하니까 참는다는 건 수긍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수긍할 수 없고 납득할 수 없는 것을 믿는 것이 믿음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그렇구나, 해야 정확히 믿을 수 있지 않습니까? 바른 인식과 지성을 바탕으로 믿는 것이 어쩌면 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A . 나무아미타불.

 

Q . ∼. 따지지 말란 소리십니까? 나무아미타불만 하면 다 알게 됩니까?

A . 나무아미타불.

 

Q . 부처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내가 알아야 부처님법문도 보배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내가 위급하고 서럽고 답답할 때 도움이 되어야 믿음도 더 증진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A . 나무아미타불.

 

Q . 설마하니 난 다 가르쳐줬는데 니가 못들어서 그런거라고 말씀하시는 건 아니시겠지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스님들 많이 뵈었습니다. 하지만 난 스님들 말씀보다 부처님께서 직접 말씀해주시는 걸 듣고싶어요. 나라고 꼭 스님들 통해서만 부처님께 물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눈병이 나서 눈 속에 들어있는 심 때문에 세상이 이상하게 보이는 걸 눈병이 안 난 사람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그건 눈병이 난 사람이 눈병이 안 난 사람들이 보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똑같은 이치가 아닙니까? 한번 아파보실래요?

A . 나무아미타불.

 

Q . 아픈 놈이니까 의사가 일러주는 처방대로 굳세게 믿고 따르지 왜 자꾸 내가 아파야 되느냐고 물고 늘어지느냐구요? ∼∼ 그냥 한번 여쭤봤습니다, ∼∼하도 아파서요. 벌어지는 세상이야 어쨌거나 나무 아미타불하라고 듣습니다. 험한 꼴을 당해도 그래서 그게 뭐 어쨌는데? 하면서 나무 아미타불하라고 듣습니다. ∼그렇다면, 나무아미타불, 그래서 그건 또 뭐 어쩐 겁니까? 내가 시비만 거는 마구닌가요? 좌충우돌 눈감고 절벽 사이를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떨어지면 죽는 거지 뭐, 하고. ∼헌데 아직 안 죽은 거 보니까 그 말씀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 년 나무아미타불, 삼순 구식을 하는 것처럼 했는데도 말입니다. 정진 속에 피어오르는 삶이라는 게 다 향기롭기만 한 건 아니지않습니까? 난 계속 물고 늘어질랍니다, 나무아미타불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때까지.

A . 나무아미타불.

 

Q . 혹시, 지금 혼잣말로 ‘으이구, 저 진상∼∼’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잘못들은 거라구요? 그렇겠지, 설마 부처님께서 그런 말씀하셨겠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이건 정말 제 개인적인 의문인데요, 문사수법회의 어떤 법사님 말이에요, 말끝마다 자기가 브래드 피트 닮은 미남이라고 하는데 (아마 나이 더 들어서 머리숱 점점 희미해지면 브르스 윌리스나 숀 코넬리라고 우길 거에요), 그건 웃자고 하는 소린가요, 웃기려고 하는 소린가요, 아니면 진짜 그렇게 믿어서 그런 소리 하시는 건가요?

A . 나무아미타불.

 

Q . 그러시겠죠. 내 일도 알쏭달쏭 무슨 소린지 모르게 가르쳐주시는데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누설하시겠어요. 차라리 나가서 별들에게나 물어볼랍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머리 복잡하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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