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바니 세바네
 

법우로 만나니 좋아요

정 민 자 2009.09.16 조회 수 7509 추천 수 0

몇해 전 법우지에 실렸던 ‘누님께 띄우는 전법의 편지’를 기억합니다. 보산 법우님께서 대전에 사시는 큰 누님께 띄운 공개 전법(傳法) 편지였는데, 전법의 원이 성취되어 이제 그 누님은 열심히 부처님 법문 듣고 정진하는 ‘법우(法友)’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법회와 만났습니다

동생인 보산, 법락, 영숙, 민숙을 통해 문사수(聞思修)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보산이 법요집도 선물해 주고, 대전에 법당 있으니 한번 가보라고 했어요. 몇 번 나가다가 한 1년 간 다니지 않고 있었는데, 고양법당에 나가기 시작한 큰 딸[허지연 법우]이 지난 겨울 어느 날 갑자기 정진원에 가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 같이 가서 하룻밤을 보내고 왔어요. 그때 명성 법사님의 좋은 말씀을 들으면서 ‘법회에 나가 법문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전까지는 솔직히 불교가 왠지 미신(迷信) 쪽에 가까운 느낌이 들어서 불교가 종교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법회에 나와도 조금은 어색했어요. 주변에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도 많구요. 그런데 정진원에 다녀온 뒤 법회에 열심히 나오면서 법당의 모습이나 법회에도 자연스러워졌어요. 동생들한테도 고맙지만 딸의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죠.

딸은 저보다 늦게 법회에 나가기 시작했지만 더 적극적이고 아주 작은 일에도 항상 감사할 줄 압니다. 그 앤 진심으로 작은 것도 부처님의 은혜라고 믿고 있지요. 법문 들은 얘기며 자신이 느낀 점을 전화로 자주 얘기해요. 고양법당에서 찬불가 지도를 한다고 법우님들이 딸 칭찬을 많이 하시는데 대견스럽고 믿음직스럽죠. 사위랑 함께 법당 다니면서 고민이 있으면 법문으로 풀어가며 사는 모습을 보니 참 좋아요.

저희 집에선 접속이 느려 문사수법회 홈페이지를 보기가 쉽지 않은데 거기에 올라오는 법사님과 법우님들의 글도 딸이 이메일로 보내줘서 다 보고 있어요. 법우로 만나는 딸, 참 좋아요.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친정 아버님 상은 갑자기 당한 게 아니라 오래 편찮으셨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좋은 것도 모르시고, 힘들어 하시며 누워만 계시니 차라리 돌아가시는 것이 당신께서 편하신 게 아닐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요.

그런데 막상 식사도 평소보다 못하시고 상태가 안좋아지셨다는 연락을 받으니, ‘이러다 돌아가시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얼른 올라가 뵈었는데 듣던 바와는 전혀 다르게 전처럼 좋으셨어요. 점심도 잘 드시고 저라는 걸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얼굴엔 반가워하시는 기색이 있었고 그날 따라 말씀을 아주 많이 하셨어요. 상태가 좋아지셔서 여름은 넘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로부터 며칠 후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실 때도 편안히 돌아가셨어요.

마르셨지만 항상 얼굴은 발그스름하고 주름 하나 없이 고우셨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분 바른 얼굴처럼 흰색으로 변하시더라구요. 그렇게 깨끗하게 돌아가셨어요.

 

정신법사님께서 오시고 그 이튿날 저녁에 서른명 이상의 법우님들께서 오셔서 염불해 주셨어요. 함께 나무아미타불 하는데 어느 순간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더 이상 슬프지가 않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진짜 그랬을까 싶어 말하기가 조심스러운데 암튼 그때부터는 거의 눈물이 나질 않았어요.

나무아미타불 하면서 마치 아버지를 직접 뵙고 얘기 나누는 것 같았어요. 말은 안해도 아버지와 교감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죠. 문사수와 인연이 되어 이런 좋은 일이 있구나 생각했지요. 발인(發靷) 할 때도 화장(火葬)을 모실 때도 끊이지 않고 염불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염불했어요. 틀림없이 좋은 데로 가셨을 겁니다. 저도 그렇고 동생들도 다 마음 편안해 합니다. 모두 부처님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님 덕택에 정진합니다

(대전)법당에서는 백등도 달아주시고 여러 가지 감사한 마음에 사십구재 동안이라도 되도록 매일 법당에 나와 염불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마침 법우님들께서 정진 중이시기도 했구요. 그런데 하루는 정진 시간에 아무도 안오셔서 혼자 하려는데 명광법우님께서 예불을 같이 모셔주셨습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예불 후 반야심경을 외우려는데 이제까지 그런 일이 없었는데 아버님 영정이 계속 나타나는 거예요. 4독 할 동안 눈을 감아도 나타나고 눈을 떠도 계속 그랬던 적이 있어요.

화요일마다 재(齋)모시러 고양법당에 올라가는데 정신법사님께서 이렇게 말씀해주셨어요.

“부모님들은 자식 때문에 베풀지 못했습니다. 뭐 하나 생겨도 내 자식 입혀야 되고 내 자식 먹여야 되고 내 자식 공부시켜야 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부모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는 부모님께서 못 베푸신 걸 자식들이 베풀어야만 합니다.”

참 가슴에 와 닿았지요. 육남매를 키우신 부모님은 어떠셨겠어요. 욕심이 많은 분은 아니셨지만 사람이 은연 중에 잘못하지 않고는 못 산다고 생각해요. 바르게 사신 아버지라고 생각하지만 자식 때문에 못하신 것이 많으실텐데 말이예요.

 

법회를 만나고부터는

마음을 들고 다닌다는 말이 있죠? 무슨 걱정이 있으면 내가 그랬어요. 그런데 법회에 다니면서 조바심 내고 안달하는 습관이 많이 줄었어요.

그리고 법문을 자꾸 듣다보니 전법에 대한 마음이 생겨요. 새로운 사람을 법당으로 오게 하는 건 힘들지만 친구나 아는 사람에게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것은 좀 나아요. ‘이 사람이 아마 절에 다닌다고 했지’하는 생각이 들면, 전화걸어서 안부 묻다가 문사수 법회를 얘기하곤 해요. 그러다가 나의 참생명 부처님생명 책을 보내준 적도 몇 번 있구요.

이번에 아버지 돌아가셨다니까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그래서 친구 중에 종교가 불교인 친구에게는 한탑스님께서 법문하신 금강경 책을 선물하려고 해요.

 

제 남편은요

법회 있는 날이나 요즘처럼 매일 정진하러 법당에 나올 때면 남편이 차로 태워다 줄 때가 종종 있어요. 딸한테 그런 얘길 하면 ‘법당 귀퉁이에라도 가만히 앉아계시면 참 좋을텐데…’ 하죠. 근데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잖아요. 남들 다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데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얼마나 쑥쓰럽겠어요. 본인이 원해서 가기 전까지는 강요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같이 다니면 더 좋겠다는 마음이 있죠.

남편은 불교를 문화로 이해하는 편이라 절에 가는 것도 좋아하고 저보다 훨씬 많이 아는데 법당에는 아직 안 들어가요. 간혹 고속도로에서는 번갈아 운전하기도 하는데 왕복 2차선 도로에서는 뒷사람에게 피해준다고 절대 제게 운전을 맡기지 않아요. 그정도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크죠. 그런데도 가끔은 미운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냉정히 생각하면 내 욕심이죠.

우리 부부는 서로를 존중해 줍니다. 그런면에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지요. 아이들에게도 어려서부터 스스로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습니다. 돌아보니 참 잘 커줬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들에게도 감사합니다.

 

법문을 들으면

법문은 들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콩나물 시루에 물이 새도 콩나물이 자라듯이 열심히 들으려고 합니다. 매일 정진하려고 하지만 일정한 시간에 잘 안되요. 요새는 금강경 3독을 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불교가 내 생활의 구심점이 되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 어려울 때 많은 힘이 되어서 부처님 만난 게 참 고맙습니다.

 

무더위에 구슬땀을 흘리며 사십구일을 하루같이 법당에 오셔서 정진을 모시고 계신 법우님…

형제, 자녀와의 만남을 생명의 교류가 가득한 ‘법우’와의 만남으로 회향하시는 그 모습에 찬탄의 마음이 샘솟습니다.

‘오늘은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 금강경 책과 테잎을 전해 줄까?’ 그 마음 바로 부처님의 마음이 아닐까요? 법우님의 소리없는, 그러나 꾸준한 전법이 또 많은 전법으로 피어나리라 믿습니다.

 

취재·정리:김영애 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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