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바니 세바네
 

주는 마음으로 사는 인생

박무환·조필희 2009.09.16 조회 수 8037 추천 수 0

오늘은 대전법당의 꽃(?)이자 가장 연장자이신 법전 조필희법우님(68세)과 법여 박무환법우님(64세)댁을 찾아가 뵈었습니다. 해병대 군악대 섹스폰 연주자이기도 하셨던 법전법우님과 늘 수줍은 소녀같은 미소의 주인공 법여법우님은 옆에서 뵈면 항상 무언가를 베풀고 계십니다. 베푸는 것이 삶 그 자체이신 두분과 나눈 법담을 지금부터 들려드릴께요.

 

▶문사수엔 어떻게 인연이 되셨는지요?

 

딸-보천법우-의 권유로 다니게 되었어요. 어느날 딸이 딱 한번만 나가보라고 해서 한탑스님 법문을 듣게 되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구구절절이 내가 생각했던 거나 듣고 싶었던 것을 법문해주시더라구요. 한달에 한번만 오시니까 한번만 가려고 했더니 무슨 행사다 뭐다 해서 이상하게 법당에 계속 나가게 되더라구요. 이왕이면 나 혼자보다 아내랑 같이 가는게 좋을 것 같아 함께 다니게 되었어요.

몇 십년 전부터 사찰을 다니며 스님들 말씀도 들었지만 사찰이 워낙 멀어서 한두달에 한번 다니다 보니 진짜 법문을 들었다기보단 여기저기 사찰을 전전했었지요. 그러다 문사수를 만나 법문을 듣게 되면서부터 불심(佛心)이 깊어져 매주 나오게 되었지요. 여여법사님은 유머와 함께 재미있게 해주시고, 정해법사님은 차분하게 법문을 해주셔서 약간 딱딱한 면은 있지만 좋아요. 매주 나오다보니 오디오에 관련된 것부터 숙제를 자꾸 주시더라구요. 그래 딱 한번만 가보자고 했던 게 영원히 딱이 되버린 거예요.

 

▶법회를 만나 달라지신 점이 있으시다면요?

 

한탑스님으로부터 병은 자기가 짓고 자기가 다스리며, 부처님은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있고, 천당지옥도 마음에 따라 있다는 법문을 들었지요. 처음엔 그 말씀의 깊은 핵심을 몰랐는데 경전공부를 하고 법문을 계속 듣다보니까 역시 옳은 이야기예요. 놀라거나 불안한 마음이 많이 없어지고 차분해졌어요. 운전습관도 많이 달라졌고요. 옛날에는 다른 차가 깜박이도 안켜고 들어오면 그냥 안 넘어갔어요. 꼭 옳고 그른 거는 짚고 넘어가야 되고 주먹이 올라갈 때도 많았는데 요즘엔 안 그래요.

또 생활에서 금전적인 문제가 참 중요하잖아요. 예전엔 돈이 없으면 어디서 빌려야 되나 괜히 불안하고 그랬는데 요샌 걱정이 하나도 안되요. 없으면 안쓰면 되는 거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또 예전엔 가시나무를 심어놓고 복숭아가 열리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많이 괴로웠었는데 이젠 어차피 심어놓은 거 차츰차츰 내 마음을 다스려가며 가시나무는 역시 가시나무라는 걸 인정하며 살고 있어요. 뿌린대로 거두는 거죠.

 

▶요즘 전법을 열심히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며느리가 다니는 절에 인연이 닿아서 문사수처럼 앰프, 스피커, 마이크 등을 설치해 드렸어요. 먼데 있는 불자들인데 그쪽 스님의 요청으로 한탑스님의 법문 테잎을 20~30개씩 보내 드리고 있죠. 내일 모레 그 포교당에 부처님을 모시기 때문에 그 행사전에 앰프시설 해드리느라 요즘 바빠요. 이런 소일거리가 생기니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문사수를 다니면서 뭐 기적적인 거랄까 원(願)이라고 할까 이런 것이 다 이뤄지는 거예요.

 

▶몇 년 전에 직장암 수술을 받으셨지요? 수술 후 항암치료도 안받으신다는데 건강은 괜찮으신지요?

 

문사수를 만나 나무아미타불 법문을 들은 후라 두려움이 없었어요. 기적같은 일이 많았고 원이 하나하나씩 이뤄지고 암튼 모두 아미타부처님 덕이예요. 항암치료도 처음 의사가 심각한 건 아니고 보호차원에서 하자고 해서, 일주일에 두 번씩 두달간 항암치료를 받았어요. 항암제는 일년을 먹어야 되는데 두달 먹고 끊겠다고 했더니 의사가 그러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지금 이렇게 건강해요. 결국 병은 마음가짐에 달린 거예요.

 

▶일명 ‘조가이버’님, 전자제품에 있어선 못고치시는 게 거의 없고, 남들이 쓰다버린 물건을 새것처럼 손질하셔서 필요한 분들께 나눠주고 계시는데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딸이 한탑스님 법문 테이프를 사다줬는데 거기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이 ‘주는 마음으로 사는 인생’이었어요. 법보시 재보시 기타 등등 뭐라도 해야겠구나 싶더군요. 내게 주어진 많지 않은 기술 중 법우님들께 돌려드릴 게 없나 생각하던 차에 법회에서 오디오나 테이프관계를 도와달라고 해주어 아주 즐겁게 해오고 있습니다.

기계수리는 큰 돈 투자는 못하더라도 5만원 이하면 수리를 해서 무상으로 드리는데, 법우님들 뿐만 아니라 불우이웃이나 무의탁 노인들께도 드리고 있어요.

아파트근처를 다니다 보면 버려진 고가제품이 눈에 많이 띄는데 다른 사람 눈엔 안보여도 제 눈엔 잘 보이더라구요. 신기한 건 법회에 뭔가 필요하다 싶으면 꼭 그 물건이 수거가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버리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되죠.

 

▶버려진 시계, 다리 부러진 의자며 문짝 떨어진 옷장, 온갖 가전제품 등등 제가 보기엔 도저히 다시 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도 법전법우님 손만 거치면 훌륭한 물건이 되곤 하는데요. 재활용 작업에서 어려운 점들은 없으세요?

 

사실 그 애로사항은 말로 다 못하죠. 주워온 걸 새것처럼 만들 때는 먼지 때문에 집안이 말이 아닌데 그게 즐거우니까, 내가 좋으니까 하게 되요. 새것처럼 만들어놓았다가 누구든 필요로 하는 분이 생기면 드려요. 그분이 기뻐하는 모습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법당을 둘러보면 조명에서부터 음향기기, 스피커, 카페트, 소파, 상, 의자 등등 구석구석에서 법전법우님의 손길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물론 재활용품이 거의 대부분이지요. 또 남들이 버린 어학용 테이프나 노래 테이프를 수거하셔서, 거기에 법문을 녹음한 것을 나누어주셔서 법우님들께서 전법하시는데 큰 역할을 해주고 계시구요. 적지 않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항상 부처님과 동갑이라고 활짝 웃으시며 젊은 법우들보다 더 열정적으로 모범을 보여주시지요.

법여법우님께선 법문주시는 법사님과, 새벽정진 시간이면 늘 옆에서 깨워주시는 남편 법전법우님께 감사드린다고 합장 반배로 법담을 시작하셨습니다. 워낙에 드러내지 않고 보시행을 많이 하시는 분인지라 말씀을 청하여도 한사코 본인은 별로 하는 일이 없다시며 그저 고맙다는 말씀만 반복하십니다.

대전법당의 질문제일 법여법우님!

감사회향 시간이면 법여법우님의 망설임 없는 질문 덕에 보너스 법문을 듣게 되곤 합니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원한 질문에 간혹 법당이 웃음의 도가니가 되기도 하는데 기억에 남는 일명 ‘콩나물시루’ 법문이 있습니다

 

법여법우 : 전요, 이렇게 법당에서 법문 들을 땐 다 알거 같은데

법당 문만 나가면 다 까먹어요.

집에 와서도 하나도 기억에 남는게 없으니 늘 걱정이예요.

한탑스님 : 법우님, 댁에서 콩나물 키워 보셨죠?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면 물이 어떻게 되던가요? 밑으로 다 빠져나오지요?

물이 다 새는데 콩나물은 어떻습니까? 쑥쑥 크지요.

그처럼 우리가 법문을 듣는 것도 언뜻보면 기억에 없으니

다 새나간 것 같지만 우리의 참생명은 커 간답니다.

그러니 아무 걱정 마시고 그저 열심히 법문 들으시면 됩니다.

 

우문에 현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자리에서 감사와 찬탄의 박수가 터져나왔지요. 지금도 콩나물시루 이야기는 법문을 자꾸 까먹는다고 걱정하시는 분을 만나게 될 때에 아주 유용하게 쓰이곤 합니다.

 

▶두분은 평생을 부부로 살다가 이렇게 법회를 만나고 서로 도반이 되어 새로운 인생을 사십니다. 두분이 사시는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

 

문사수를 만난 후 법전 법우님께서 자꾸 변하는 거예요. 살다보면 서로 의견충돌이 있게 마련인데, 예전같으면 오장육부를 뒤집어놓는다고 화를 내던 일도 지금은 99%가 없어지셨어요. 동기간에도 누가 음식을 해오면, 그 음식이 우리 손에 오기까지 수천번 귀한 손길이 간 건데도, 그 자리에서 맛이 있다 없다를 표현하시곤 했는데 이젠 그런 일이 일절 없으세요. 작은 습관 하나 바꾸기가 참 어려운데, 짜면 짠대로 싱거우면 싱거운 대로 질면 질은대로 편안히 드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문사수를 만나기 전에는 솔직히 법전 법우님이 쪼끔 밉기도 했어요. 난폭운전해서 딱지를 떼면 꼭 저보고 받아오라고 해서 창피할 때 많았거든요. 정진 때마다 ‘남편을 미워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다짐하며 몇 개월을 보내니 미운 마음이 사라지는 거예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나의 스승으로 오신 거라는 법문을 들으며 법전법우님이 내 스승이구나 하는 걸 깨닫고 항상 감사하게 되었어요. 이젠 다시 태어나도 법전법우님을 사랑할 거예요

 

▶얼마 전에 사위인 보해법우님을 통해 현미쌀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저만 들을게 아니라, 다른 법우님에게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폐에 효험이 있다는 현미 쌀눈을 사촌 시아주버님께 보내드리려고 우체국엘 갔는데 처음 본 젊은 아주머니가 어디서 샀냐고 물어요. 그래서 사다드리겠다고 하고 며칠 후 전화를 드렸어요. 근데 애를 따라 소풍을 다녀왔기 때문에 너무 피곤하고 옷도 잠옷 차림이라 못나온다고 그래요. 같은 아파트인데 동으로 따지면 끝과 끝이거든요. 그래도 잠깐이면 되니까 중간지점에서 만날 수 없겠냐고 해도 못나오겠대요. 무겁긴 했지만 제가 가져다드리겠다고 했죠. 갔는데 옷차림은 외출해도 무방한 차림이었어요. 순간 ‘이럴 수가 있는가’ 싶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엔 잔돈이 없다고 해요. 잔돈 가지고 또 올라오기 뭐하니까 아이랑 같이 나가서 잔돈을 아이에게 줘보내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아이가 장애아라 안된다고 해요. 7살난 잘 생긴 남자아이였는데 순간 아차! 안됐구나 싶었어요. 장애아 아들을 데리고 소풍을 다녀왔으니 좀 피곤했겠어요. 운동삼아 일부러도 걷는데 내가 한걸음이라도 더 걷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침마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한테 전법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혹시나 교회 다닌다는 말을 듣게 될까 두려워 아직 말을 못했다는 법여법우님. 내일은 꼭 해야지를 다짐하는 자신이 부끄럽지만, 어제는 드디어 윗층 애기엄마한테 법우지하고 단주를 주며 법문 들으러 오라는 얘길 했다고 좋아라 하시는 법우님은 영락없는 만년소녀이십니다. 풍요로운 법우님의 행()에 감사와 찬탄을 드립니다. 나무아미타불!

 

취재·정리:권 숙, 김성남 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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