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바니 세바네
 

이천년... 수련법회 그후...

최 옥 임 2009.09.16 조회 수 4207 추천 수 1

2000년 수련법회를 준비했던 그 마음과 그리고 지금 회향하는 맘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무엇보다도 문사수법회를 알고 지금까지 3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처음으로 이번 수련법회에 참석을 했습니다. 2년 동안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늘 아쉬움이 자리했습니다.

그간 법우님들의 법우지에 실린 글들이며, 수련법회 그리고 그 후의 법담들은 제게 이번 수련법회는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끔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만은 꼭 함께 하리라는 결심이었죠.

그리고 이번 수련법회는 제게 또 다른 책임감이 부여되어 조금은 부담이 가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아미타 아이들’과 함께 수련법회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부담이 갔지만, 함께 할 수 있는 법우가 힘이 되어 저 또한 흔쾌히 하나씩 계획에 들어갔고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 크지 현장 경험이 부족한 저였기에 부담 반 기대 반으로 이번 수련법회를 다녀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또한 미리 경험해보고자 다른 곳의 어린이 불교캠프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의 입장이었지만 어린 부처님들을 통해 많은 걸 배운 시간이었고요. 늘 선지식은 가까이에 연령을 떠나 그 누구라고 분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이런 맘으로 저 스스로 각오가 대단했지만 예상을 뒤엎는 일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대략 30명쯤으로 예상했던 아미타 아이들이 접수 마감 결과 중학생의 숫자가 늘고 유아, 초등생들이 더 많이 참여한 것입니다.

물론 기뻐할 일이지요. 하지만 그간 계획했던 프로그램에 차질이 생길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초등학생까지만 염두에 두고 준비했던 프로그램은 중학생과는 거리가 멀다는 판단이었기에, 나도 어른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싶다는 맘도 들고 중학생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제 한계에 조금씩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함께 할 법우가 있기에 힘을 얻는 가운데 수련법회가 있는 담양으로 어느새 발걸음은 향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정진원에 도착해보니 그런 걱정 할 틈도 없을 정도로 첫날부터 바쁘게 흘러갔습니다. 정신없이 아이들을 맞이하면서 기쁘고 반갑다는 마음이 더욱 컸습니다.

 

부처님의 아이들…

생각만 해도 반갑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간 했던 걱정들은 쓸데없는 걱정거리였다고나 할까요. 많은 법우님들이 ‘힘들죠~’ 라고 물었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반성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수련법회 선생님이라는 명칭보다는 서로서로 법우로써 만나는 인연으로 시간을 함께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몸이 피곤하다는 생각보다는 많은 아이들을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질적인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먼저 아이들 스스로 인식 전환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부터 아이들을 위해 부모로써의 할 일이 있습니다.

 

아이를 아이로써 보기보다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맘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부모는 반응해주어야 하고, 스스로가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값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겁니다. 또한 부모로써 자식을 사랑하고 아끼는 맘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좀더 시야를 넓혀서 생각하는 여유가 있어야겠지요. 그러면 자식을 부모 자신의 분신이나 소유로써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아이들은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함께 어울려서 사는 것이고, 그렇기에 살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런 생활 속에서 자유롭게 행복을 누릴 수 있겠지요.

그런 아미타의 아이로서 자라날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당장 눈앞에 넘어져 울고 있는 아이를 일으켜줘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스스로 씩씩하게 일어설 수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부모가 여유를 주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서로에게 스승이 되도록, 자식은 부모에게 부모는 자식에게, 부모 자식이라는 관계를 떠나 불법(佛法)을 만난 법우(法友)로서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음 합니다.

 

첫째날은 정진원에서 만난 친구의 첫 느낌이라는 타이틀로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고 서로에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3일 동안 지킬 수 있는 부처님과의 약속을 만들어 스스로 느끼고 고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조별로 팀을 구성하고 조장을 뽑아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팀별로 스스로 자유롭게 통제하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만나게 해주고자 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한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봅니다.

스스로 느끼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상대를 배려할 수 있는 맘을 갖게 될테니까요.

 

둘째날은 예상치 못한 기상 변화로 프로그램이 어긋났습니다. 비가 내려 오전에 계획했던 ‘산책’이며 ‘숲속나라 그리기’를 하지 못해 약간은 시간을 지체하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과일과 야채를 이용하는 물감 찍기는 다행히도 아이들이 흥미로워했습니다. 그리고 혜달심 법우님의 지도로 아이들과 같이 노래와 율동을 배우는 시간을 통해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요즘들어 손을 사용하는 작업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지점토와 색모래를 이용한 만들기 프로그램으로 호기심 충족과 더불어 다양하게 경험하도록 했습니다. 색상이 다양한 모래를 신기해하는 아이들의 눈빛은 마냥 즐거워 보였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셋째날은 잠이 부족한 탓인지 (제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 아이들이 일찍 잠들어 저 또한 피곤한 몸을 쉴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새벽 아침을 맞이해야 하는 아이들은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알아서인지 졸린 눈을 비비며 아쉬움이 서린 눈빛으로 세면장으로 향했습니다.

하루하루 변해가는 아이들을 보며 마냥 신기하고 감사하고 기쁘고 반가웠습니다.

 

단주 만들기 할 때는 아이들 스스로 단주를 만들어서 부처님께 공양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부처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받는 식으로 하여, 모든 것이 부처님의 선물이라는 사실을 알도록 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을 줄 단주를 만들라고 하자, 어느새 아이들은 선물하고 싶은 사람을 배려해 손목둘레를 헤아리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그 마음이 아름다운지… 그리고 시간은 어느새 회향하는 시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함께 한 보원법우나 혜달심법우님, 저는 회향 준비를 못해 걱정이었지만 우리 아미타 아이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생님을 잘 따라 주었습니다. 2박3일 동안 함께 한 시간을 발표하는 시간에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표정은 밝기만 했습니다.

 

무사히 회향하며…

법사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우리 아미타 아이들, 수련법회 기간동안 정말로 감사해야 할 사람은 여러분과 함께 한 선생님입니다”

라고 하시자, 아이들은 함께

“선생님 고맙습니다”

를 외쳤습니다.

얼마나 가슴 뭉클한지… 이런 맘 때문에 선생님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외침에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무사히 회향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부처님 자비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모든게 처음인 이번 수련법회는 아이들의 동심에서, 아이들의 시각에서 시작된 그리고 함께 회향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수련법회를 통하여 아이들이 뭔가 얻어 가는 것이 있기를 바라며, 무엇보다도 자신이 부처님의 아이라는 사실 하나를 받아들여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소중하고 값진 인생의 주인공으로 자유롭게 살기를 바랍니다.

받기보다는 먼저 베풀 줄 아는 주인공이 되길…

두손 모아 합장합니다.

나무아미타불!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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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2021.06.17

정말 수련회 오랫동안 못했네요 참 좋았던 생각이 떠오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