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바니 세바네
 

가까이서 모시는 부처님

조 군 자 2009.09.16 조회 수 3687 추천 수 0

오늘은 제가 법우님들께 제 지난 날들과 요즘의 변화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합니다.

이렇게 지나고 생각해보니 제가 교사 생활을 했지만, 정말 얼떨결에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고 싶어서 했다기 보다는 먼 친척인 오빠가,

“이 다음에 여자도 직장을 가져야 된다. 같이 맞벌이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고 말씀하셔서 얼떨결에 남이 다 들어가는 뒤꽁무니를 좇아서 사범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는 졸업했더니 재수 좋게 그 해에 공채 시험이 있었는데, 서울에서는 보기 좋게 한 번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바로 경기도에서 또 공채시험이 있어 응시를 했더니 어떻게 간당간당하게 꼴찌로 붙었습니다. - 저는 일등으로 떨어지는 것보다 꼴찌로 붙는 게 마음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969년 3월에 발령이 나야 하는데, 4월에 발령이 났습니다. 그 때가 꽃다운 25살, 세상물정 모를 4월 5일 양주에 있는 아주 작은 고등공민학교에 출근을 했습니다. 선생님이 총 5명밖에 안되고, 전체 4학급, 학생들은 모두를 합쳐도 채 백 명이 안되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1969년부터 시작한 교사 생활을 1999년에 와서 그만두게 된 것입니다. 제 생활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인 30년을 한 셈이지요.

 

이렇게 그만두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였는데, 그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참 행복한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문사수를 만나기 전, 55년을 살아오는 동안에 행복하다는 생각보다는 불행하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항상 내가 남보다 가진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는 게 왜 이럴까?’ ‘나는 안그랬는데, 왜 남들은 나를 그렇게 볼까?’ 하는 생각에 젖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울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다 보니, 남을 쳐다볼 때도 당연히 밝은 얼굴을 할 수가 없었고 자연히 이쁜 얼굴이 아니었겠죠. 문사수법회에 나오면서 제 자신이 참 이뻐졌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 부임하고 시간이 좀 지난 후 아이들에게 첫사랑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정열을 많이 쏟았습니다. 그것이 약 5년은 지속되었습니다. - 저는 남들보다 항상 늦어서 느끼는 것도 늦고 사람이 늦됩니다. 남들은 재깍 재깍되는데 저는 형광등 같아서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번쩍 번쩍 느낌이 올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는 그 느낌이 좀 오래가는 편입니다.

그리고 제가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으니까 학생들에게는 관심이 좀 시들해졌습니다. 우리 애들이 커서 제 곁을 떠나고 나니까, 다시 학생들에게 정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반짝반짝 샛별 같은 학생들이 너무너무 예뻐 보였습니다. 어쩌다는 미운 아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뻤습니다. 아이들이 이쁘다는 생각으로 대하다보니, 아이들에게 편하게 대한 것 같고, 아이들도 저에게는 버릇없이 굴기도 하면서 저를 많이 따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학교를 그만둘 때까지도 제 마음이 어떤지를 몰랐습니다. 경제논리가 조금은 작용해서 지금 그만두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적기라는 판단을 내려서 퇴임을 선택했습니다. 퇴임 후의 제 마음은 좀 붕 뜬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생각하면 좀 가라앉은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도 다음에 법우님이 비슷한 경우를 맞게될 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앞에서 제가 행복하다고 한 것에 대하여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남녀간의 사랑만이 사랑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자와의 사랑이 있었고, 친구와의 사랑도 있었고, 그보다 더 중요한 부처님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문사수법회를 만난 것을 일생일대 최고의 사랑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누구도 저를 버리지 않았다고 하는 것입니다. 고아원에나 길거리에도 버려진 사람들이 참 많은데 우선 부모님께서 저를 거둬 길러주셨고, 또 부처님께서 저를 버리지 않고 택해서 받아주셨습니다.

세 번째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저를 기억해주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법우님들이 저를 기억해 주셨고, 또 40이 넘은 제자들이 저를 기억하고 있었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를 기억했다는 이 세가지 때문에 저는 참 행복합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 세가지 때문에 불행하다고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사랑 때문에 불행하고, 버림받는 것 때문에 슬프고, 또 잊혀진 것에 대해서 굉장히 절망한다는데 저는 이 세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3월초에 명예퇴직금이 조금 나왔습니다.

‘1평보시 1평불사’에 제 형편상 3평밖에 발원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지만, 내 인생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이 퇴직금을 부처님 앞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퇴직금이 나오자마자 다른데 먼저 쓰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바로 찾아 왔습니다. 돈으로 찾으면 지저분할 것 같아서 빳빳한 수표로 찾아서 부처님 앞에 올려놓으니까 풍선처럼 제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머리가 멍한 상태가 되어버리던데 아마도 너무 기쁘면 마음이 비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전에 올렸던 보시금을 다시 내려서 담당 법우한테 주었더니, 그 법우가 고맙다고 안아주는데 그렇게 눈물이 날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행복해도 눈물이 난다는데 아마 그랬던 모양입니다.

부처님께 나의 모든 것을 바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것 때문에 내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나눌 수가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나의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날은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막 나왔습니다.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쑥스러운 심정이었는데도 많은 분들 앞에서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퇴임이 제 삶에서 일차를 마감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시 무엇인가를 시작해야겠지요.

이제껏 30년 동안 해왔던 모든 것을 새로운 마음으로 일구어서 내 마음의 꽃밭을 새롭게 단장해야겠다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어떻게 해야지 내 마음의 꽃밭이 활짝 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는 것이 부처님의 사랑에 보답하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까지는 어쩌면 나 혼자라고 생각했었는데, 돌아보니 남들에 의해서 제가 살려지고 있었다는 데에 감사하고 그 은혜에 보답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법사님께서 저에게 30년 동안 걸식 잘했다고 하시길래 무슨 말인가 생각해보니, 남들에 의해 매달 꼬박꼬박 봉급 받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잘 살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나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받은 것만큼 되돌려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남에 의해서 30년 동안 내가 잘 살려졌으니까 나도 남을 살려주는 사랑의 물을 뿌려야겠다는 것이 제 다짐입니다. 이 마음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여러 법우님들께서 지켜봐 주십시오.

사실 여러 법우님들을 한분 한분 뵐 때마다 모두 부처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부처님을 모시고 제가 감사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되돌려 드려야 할 때가 되었음을 선언할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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