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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바세계에 온 이유

문사수 2011.10.20 조회 수 27225 추천 수 0

우리가 사바세계에 온 이유

우리는 금생(今生)뿐만 아니라 전생(前生)과 전전생(前前生), 또 그 전생… 이처럼 한량없는 생을 살아오는 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업(業)을 지어왔습니다. 이렇게 업을 짓게 되는 근본원인은 ‘나 잘났다’는 마음, 즉 아집(我執)입니다. 심지어 염불을 하고서도 ‘나는 염불을 천 번이나 했다… 만 번이나 했다…’는 마음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염불은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회향하시는 힘을 받아들여 하는 것이기에, 내가 하는 염불이란 있을 수 없는 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내 힘으로 뭔가 하고 있다’는 생각들이 결국은 아집이 되어 쌓이고 쌓입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회향하시는 그 힘이 아니면, 우리는 아집이 다 없어진 다음에야 겨우 극락에 가든지, 성불을 하든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원력(願力)에 힘입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아집으로 인한 번뇌가 아직 남아있지만 우리의 극락왕생은 이미 이루어져있는 것입니다.
이를 대혹왕생(帶惑往生)이라 합니다. 여기서 대(帶)는 휴대한다는 뜻이고, 혹(惑)은 번뇌라는 뜻이므로, 말 그대로 ‘번뇌를 가진 채로 왕생한다’는 뜻이 됩니다. 즉 우리의 번뇌가 끊어져서 극락세계에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번뇌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부처님은 우리를 모두 극락세계로 인도해 주시는 것입니다.

번뇌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왕생은 끝났지만, 우리에게 번뇌는 아직 없어진 것이 아니므로 이 번뇌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합니다. 번뇌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 잘났다’는 아집을 꺾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아집을 꺾어줄 선생님이 있어야 됩니다.
이러한 아집을 꺾는 수행을 닦도록 해주는 선생님들이 계시는 곳이 바로 사바세계입니다.
병원에 가보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열심히 물리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환자에게 그런 힘든 물리치료를 받게 하는 것은 환자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그런 과정을 겪지 않으면 신체기능을 회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환자들이 재활을 위해 힘들어도 참아가며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는 것처럼, 우리는 아집을 꺾어나가기 위해 괴로움을 참고 견뎌야하는 이곳 사바세계에 와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변에 내 비위를 잘 맞추어 주는 사람들만 있다면 이 사바세계에 온 보람은 없을 뿐더러, 오히려 나에게 손해가 될 뿐입니다. 따라서 날 욕하고, 들볶고, 흉보고, 헐뜯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내 팔자가 사나워서가 아니라, 우리가 사바세계에 온 보람이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나를 못살게 하는 사람을 미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마워해야 됩니다.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이 사바세계를 찾아온 뜻은 내 마음 속에 있는 아집을 지적받고 뽑아버리기 위해서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사바세계에 온 첫 번째 이유입니다.

그럼 우리가 참생명의 고향인 극락세계에서 머물러 있지 않고, 다시 사바세계로 돌아온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세세생생(世世生生)을 거듭하며 나와 인연 맺은 일체의 뭇생명[衆生]들에게 끝없는 보시를 행하기 위함입니다.
이 세상에 있는 생명치고 나와 인연 없는 생명은 하나도 없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엔 지금 내 옆에 있는 배우자·부모·자식·형제자매, 그밖에 친척이나 친구 등… 이 정도의 범주가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 같지만, 이것은 금생(今生)만을 본 것입니다. 현재의 모습으로 나타나기까지의 생명의 흐름을 생각해 보면, 부모만 하더라도 금생의 부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생의 부모도 있고, 또 전전생의 부모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나와 인연 없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인연 맺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한시도 쉬지 않고 은혜를 입어가며 살고 있습니다. 사람만이 아니라 무릇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라면 조그만 벌레나 미물에 이르기까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자신들의 생명을 나누어가며 내 생명을 살려주고 있기에, 일체 모든 뭇생명[衆生]들로부터 헤아릴 수 없는 은혜를 입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극락왕생했다 하더라도, 나 혼자만 극락세계의 즐거움을 누리고 지낼 수만은 없는 일이고, 또 그렇게 되지도 않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사바세계에 돌아와서 나와 인연 맺은 일체의 뭇생명[衆生]들에게 은혜를 갚아가는 보시행을 닦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진정한 참생명의 실현은 있을 수 없습니다.인연 맺어 은혜 입은 일체의 뭇생명[衆生]들에게 끝없는 보시를 행하기 위하여 우리는 이곳 사바세계에 왔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사바세계에 온 두 번째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나 잘났다’는 아집을 어떻게 항복받아야 할까요?
바로 ‘나무아미타불’로 항복받아야 합니다. 즉, 내가 본래 아미타부처님의 원력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않아야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 주변에 나쁜 사람이나 나보다 못난 사람이 보이면, 그 즉시 ‘나무아미타불’을 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위해서는 물론이거니와, 상대방을 나쁜 사람이나 나보다 못난 사람으로 보고 있는 나 자신의 아집을 항복받기 위해서 ‘나무아미타불’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나의 참생명이 부처님생명이고 나의 본적지가 극락세계인데도 이곳에 와서 나와 인연 맺은 모든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으며 사는 것이 나의 사명임을 잊지 않는다면, 남들로부터 무엇을 받으려 하지 않고 오직 남들에게 주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더 이상 무엇을 구하는 마음 없이 남들에게 베풀고 보시를 행하며 사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삶의 방식입니다. 나와 인연 맺은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심부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로 ‘나’를 항복받아, 다만 남들의 행복과 성불을 위해서 끝없는 이익을 베풀며 사는 것, 이것이 우리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이유입니다.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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