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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예불문2] 뜻을 알면 점입가경

문사수 2014.01.01 조회 수 28561 추천 수 0

정토예불문 강의(2)

뜻을 알면 점입가경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존경해야 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가깝게는 부모님과 스승님이 계십니다. 또 직장상사나 친구 중에서도 존경할 만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존경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존경하리라고는 장담 못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다 존경할 만 한 분을 일컬어서 성인(聖人)이라고 합니다.


 

우리 불법 문중에는 부처님을 위시하여 수많은 보살님과 십대제자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성인으로 숭앙받고 계십니다. 이 분들에게는 진리를 깨치셨다라는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여타 종교에서 순교자라든지 살신성인한 분들을 성인으로 추앙하지만, 불교에서는 반드시 깨치신 분이라는 사실이 다릅니다. 그래서 예불문에는 부처님을 비롯하여 모든 생명들로부터 존경받을 만한 그런 성현(聖賢)들을 공경하는 예를 올리는 것이 가장 중심된 내용입니다.


 

우리가 염불할 때 ‘나무아미타불’ 합니다.

나무(南無)라는 말은 범어(梵語)로 나모스(namos)란 말을 음사한 것인데 귀명(歸命), 귀의(歸依)라는 뜻입니다. 즉 나무아미타불이란 아미타부처님께 돌아가 의지합니다’라는 뜻입니다. 나무(南無)를 서양 사람들은 영어로 무조건 항복(unconditional surrender)이라고 번역을 했습니다. 아주 쉽고 즉각적으로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부처님과 거래를 하듯이 어떤 조건을 걸고서 항복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항복하는 것입니다.

항복하는 마음을 가지고서 몸으로 공경을 표하는 것이 절입니다. 즉 오체투지(五體投地)입니다. 몸뚱이 다섯 군데[양 무릎, 양 팔, 이마]를 땅에 던져서 예를 올리는 수행법입니다. 인간이 직립보행하면서부터 다른 동물들에게는 없는 질병인 치질이 생겼다고 합니다. 다른 동물들이 볼 때 인간이란 동물은 참 한심한 동물이지요. 또한 직립보행을 하다 보니 가장 소중히 보호해야 할 심장을 버젓이 드러내놓고 다닌다는 것이 더 한심해 보일 겁니다.


 

그런데 사실 인간의 몸 중에서 심장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정수리입니다. 정수리는 잘못 건드리면 바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부분입니다. 요가(Yoga) 하시는 분들은 배꼽에서 세 치 아래 있는 단전만 아니라 제일 중요한 상단전이 있는 곳이 정수리라고 합니다. 인도말로 차크라라고 하는데, 여기로부터 모든 생명 활동의 근원적인 힘이 작동하여 우주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통로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어쨌든 정수리가 육체적으로나 수행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하고 우리의 생명과도 직결되어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절을 할 때 이 정수리를 상대방에게 온전히 드러내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 행위야 말로 무조건 항복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쉽게 말해서 ‘당신에게 내 목숨을 맡길 테니 죽이든 살리든 알아서 하십시오’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오분향 예불문을 칠정례(七頂禮)라고도 합니다. 정수리를 조아려서 예를 올리는 절을 일곱 번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배울 정토예불문은 팔정례가 됩니다.

결국은 절이 어떤 대상을 향해서 오체투지하는 모습으로 보여지지만, 본질을 알고 보면 내 밖에 있는 대상에 대한 예경이 아니고, 우리 자신의 참생명에 대한 공경이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나를 항복하는 것이 예불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없어졌을 때 오히려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도리라고 할까요?

비유하자면 수문과 같습니다. 수문을 닫고 있다가 문을 열기만 하면 바닷물이 그대로 안으로 꽉 채워져서 자연히 바다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를 무너뜨려 항복할 때 마음의 문이 열려서 본래 있던 참생명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것이 예불의 공능(功能)인 것입니다.


 

요즘 템플스테이 등을 통해서 외국인들이 한국의 불교를 체험하는 기회가 많은데, 한국불교의 가장 큰 매력은 새벽예불이라고까지 얘기한다 합니다. 이른 새벽에 대중들이 모여서 한 목소리로 예불을 모실 때 그 장엄함과 그 절절한 마음들을 공감하는 것입니다.

예불문은 가락이 있습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음악입니다. 그 가락이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장엄스럽지요. 경전에 보면 부처님께서 설법하시고 나서는 다시 그 내용을 게송으로 요약을 하시지 않습니까? 게송이 바로 음악적인 요소와 더불어서 설법하신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음악적 요소는 종교심성과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분은 예불문 가락에 얽매어서 이건 맞고 저건 틀리다는 식으로 시비(是非) 잡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각 종단마다 또는 절마다, 더 세분하면 각 전각(殿閣)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개의치 않아도 됩니다.


 

무엇보다도 우선은 예불문의 뜻을 새기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의미를 새기면서 ‘지심귀명례’ 할 때 굉장히 깊은 감흥이 우러나옵니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고 표현할까요? 한번 읽고 뜻을 이해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음미하면 할수록 그 깊은 뜻이 계속 우러납니다. 우러난 신앙적인 희열은 대중들이 서로 서로 교감함으로써 더욱 증폭됩니다.

이렇듯이 예불문의 뜻을 알면 간절하고 지극한 마음이 저절로 우러납니다. 그 마음의 뿌리는 앞에서 얘기한 항복하는 마음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입니다. 나를 내세우지 않고 부처님만 계시게끔 해드리는 것이 바로 예불이기 때문에, 예불을 모시면 모실수록 우리의 지혜는 밝아지고 신심이 굳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예불문 공부를 통해서 신심을 견고히 함은 물론이고, 신앙공동체로서 사부대중(四部大衆)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법도 익히는 시간될 것입니다.


 

그와 같이 우리 마음과 더불어 몸가짐에 바른 자세 등의 아주 기본적인 예법이 몸에 익으면, 참으로 몸과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 또한 틀림없이 그 속에서 신뢰감을 불러 일으키고, 사람들과 교감 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게 될 것입니다.

말 그대로 예불은 부처님을 모시는 연습을 하는 것이니,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부처님으로 모시는 생활이 자연히 배이게 될 것입니다. <계속>

 

<문사수법회 정신법사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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