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바니 세바네
 

새롭게 만난 우리가족

남 도 현 2009.09.16 조회 수 3593 추천 수 0

하루의 일과를 끝내면서 조용히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세 식구를 쳐다본다.

항상 중생을 믿고 따른다는 오늘 법문 중에서 '마음의 그림자로 인한 병' 의 말씀을 되새긴다. 그러면서 항상 나의 머리를 지그시 누르고 있는 마음의 그림자를 어찌하면 정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우리 식구 각자에게 특히 나에게 생각의 말미를 던져준 8월초에 있었던 수련법회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고자 한다.

 

과연 어떤 인연으로 우리 식구들이 수련법회에 참가하게 되었으며, 각자가 느꼈던 수련법회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우선 어린 두 딸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작은 울타리를 벗어나 처음으로 경험한 단체 생활일 것이다. 정진원으로 떠나기 전, 여러 차례에 걸쳐 나쁜 습관 중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과 배워야 할 것에 대하여 누누이 설명하였지만, 짧은 기간동안 익숙해지기는 아마도 어려웠으리라. 또한 나 자신도 처음 참가하는 수련법회였기에 가서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아내에게도 가서 배우는 마음으로 임하자고 이야기하여 우리식구 모두가 수련법회에 동참하였다.

수련법회 기간의 하나하나 일정에 대한 느낌과 생각보다는 전체적인 나의 느낌과, 식구들이 느끼고 생각한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이 수련법회를 통하여 얻은 바가 무엇인지 정리되기를 바란다.

 

수련법회와의 인연은 항상 편안함을 추구하고 오로지 즐겁게 놀고자 생각하며 떠나는 여행에 익숙해진 우리 식구에게, 법우님들과의 좋은 인연을 통하여 즐거움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었다.

 

우선 큰딸에게 이번 수련법회는 이렇게 기억되지 않을까?

집에 있으면 언제나 듣는 숙제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서 좋았을 것이며, 자기 동년배나 나이 많은 언니들과의 시간이 무척이나 즐거웠을 것이다.

물론 내가 어렸을 때보다 생각과 이해력이 훨씬 많은 것으로 볼 때 108배를 하면서 무엇 때문에 절하고 예불드리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가졌으리라. 나 자신도 쉽게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큰딸에게 많은 이해를 바라는 마음이 지금의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그 나이 때에 경험하지 못한 어떤 것을 분명히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천방지축으로 뛰놀며,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면서 지냈던 나의 어린 시절과 딸의 일과를 비교해보면 무언가가 잘못 꼬여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나이 또래에서 느낄 수 있는 생각의 범위는 경험과 체험에 의해 그 강도가 다르리라 생각한다.

 

둘째 딸은 아마도 수련법회가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이다. 먹고 싶은 것, 자는 것, 노는 것 모두가 자기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으니 말이다. 엄마와 항상 붙어서 하루 일과를 지내다보니 엄마가 자기와 떨어져 있는 것이 싫고, 옆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것이 수련법회에서도 여전했다. 어린 마음에 자신의 그런 모습을 아빠가 보면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치 보면서 항상 엄마 주위를 맴돌다, 또래의 아이들이 만든 염주를 보고 샘을 내면서 어찌하여 아빠는 자기마음을 몰라주는 것일까 하고 원망했을 것이다.

아빠가 나무라고 야단치게 되는 자기의 모습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과 왜 이리 다를까 하는 생각과, 아빠는 왜 엄마가 싫어하는 모습을 자꾸 되풀이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아빠를 원망하고, 항상 언니와의 경쟁에서 지기 싫고 엄마를 자기 옆에만 두고 싶어하는 것이다.

 

아내는 항상 본인이 애들을 돌보고, 아이들과 함께 가서 겪는 어려움 때문에 나에 대하여 불평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아내 역시 나처럼 수련법회는 처음이고, 특히나 결혼 이후에는 단체생활이 처음이다보니 무언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 법문 듣는 순간과 법문 후의 파장이 마음으로 느껴져 올 때의 청량함은 아닐런지.

항상 단순한 생각과 행동으로 실망을 주는 나의 모습이 아내에게 어떤 마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는지. 그리고 그 그림자로 인한 마음의 병이 어찌하면 줄어들 수 있을 지가 나의 숙제이며, 그것이 항상 나 자신에게 반문하는 동기가 되고 있다.

내가 우리 식구들에게 바라는 정도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정도를 넘는다. 지금 이 순간도 나 자신의 사고 범위가 얼마나 좁을까? 하는 의구심과 지금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모자라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하지만 이렇게 지면으로 스스로에 대한 생각과 식구들에게 바라는 나의 생각을 정리하면서나마 나 혼자만의 바람보다는 서로의 바람을 이해하고 서로를 감싸주길 기대한다.

이번 수련법회는 내가 얼마나 욕심이 많은지, 그리고 사고의 범위가 넓어지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기회의 인연이었음을 밝히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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