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바니 세바네
 

수순을 밟아가는 것

정업 정영순 2009.09.09 조회 수 3630 추천 수 0
엄마~~~~
이렇게 꼬리가 길다는 것은 우리 딸이 나에게
아쉬울 때 쓰는 말...

"엄마 반찬좀~~"

그래 이번주는 엄마가 기도중이라
날마다 절에 가야 하니까 다음주에.

우란분재일이 지나고 농산물 시장으로 갔다.

배추가 생각보다 비싸다.
비싸도 할 수 있나.
담아야지.
오는 길에 돼지고기. 멸치.김.

언젠가 보았던 스치로폴.
그 곳을 갔다.
하나 구할수 없을까요?
안된단다.
나도 안되면 안된다.
억지로 하나 샀다.
구해야만 일요일에 담아서 월요일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배추를 담았는데 아니 무슨 맛인지 알수가 없네.
양념이란 것은 다 넣는데 감칠맛이 안나네.

친정어머니가 담아줄 때는 맛이 있던데
왜 그럴까?
고추가 매운 맛이 없어서 그럴까?
아마 그럴거라 결론내렸다.

김치는 맛이 있든 없든 담았으니까
다른 반찬 준비해야지.

마늘을 얇게 썰어 볶다가 멸치 고
콩장을 보글보글 끓게 만들고.
돼지 고기 끓는 물에 데쳐내어
고추장 양념에 볶고.
김을 잘게 잘라 후라이팬에 볶고.
배추시래기 삶아 잘게 썰어 된장기 풀고
조물조물 주무르고
꽈리 고추 식용유에 지져내고.

어디 준비가 다 되었을까.
올 봄에 담궜던 매실액기스 준비하고.

이렇게 준비하고 월요일 일찍 둘이서 차곡 차곡 담았다.
치약도 넣고 냉장고의 과일도 넣고.
동생한테 얻어온 건강보조영양제도 넣고...

이게 부모마음이구나!

스치로폴이 작아서 망정이지
적은 용돈에 마음대로 사먹지는 못하니까.
한없이 넣어 주고 싶은 마음이 짠하다.

우리부모님도 시골에 가면 뭐를 줘야될지 모르신다.
당신이 드실려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것도 싸주신다.
내가 지금 그런 마음이다.

무한한 부모의 마음 다 넣어 택배에 부쳤는데
가고 보니 매실액기스를 안넣었네.
오매. 내정신좀봐. 다음에 부쳐야지 뭐.

바삐 준비하고 나면 피곤하다.
그렇지만 내일 쯤이면
피곤이 싹 풀린다.

엄마!받았어요.
고마워요.
잘 먹을께요.

피로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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