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바니 세바네
 

법우가 되었습니다

최 병 구 2009.09.16 조회 수 7391 추천 수 0

작년 고양법회에서 개설한 반야심경 강좌를 통해서 법회와 인연이 되신 최병구법우님. 계속해서 금강경 강좌에 동참하시고, 이어 연말에는 하루도 걸름없이 백일정진을 회향하셨습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법문을 즐겨들으시는 법우님을 법회가 끝나고 만났습니다.

 

제가 법회와 만나게 된 것은 우리 집사람의 권유에 의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내는 오래 전부터 절에 다녔지만 저는 불교에 대해서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여기 문사수법회에서 반야심경을 강의한다는 광고지가 들어온 것을 보고 집사람의 권유에 의해서 오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강좌를 듣는데, 처음에는 도대체 문사수(聞思修)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일반 절 같지도 않고, 스님도 안 계시고, 이상한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거부감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불교대학도 많은데 특별히 이곳이 인연되어서 반야심경 공부를 하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일요일에 대중법회를 한다고 해서 나와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일요일이면 양복을 깨끗이 입고 자녀들과 같이 교회에 가서 예배보는 것이 좋아보였습니다. 하지만 보통 사찰에서는 초하루·보름으로 법회를 하든지, 아니면 일요일에 아이들 법회만 하든지 하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요일 법회는 드뭅니다. 그런데 문사수에는 온 가족이 참석할 수 있는 법회가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연말에 백일이 끝나도록 백일정진을 한다고 해서 집이 가까우니까 아내와 같이 정진을 모시기로 하고 새벽마다 정진하였습니다. 그런데 백일정진을 모시는 동안에도 그랬고 지금 화엄경 공부를 하는데도 그러한데, 이상하게 정진하고 공부하는 시간만 되면 졸려요. 왜 그런지 오늘은 법사님께 한번 여쭈어볼까 합니다.

-웃음-

 

제가 오래 전에 우울증이 왔었는데, 우울증은 매우 괴로운 병입니다. 저는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고 등산도 잘 다니고 해서 우울증이 왔다고 하면 친구들조차 믿지 않습니다. 처음에 우울증이 왔을 때 병원에 가서 약을 먹고 고쳤는데, 그 다음에 세 번 정도 우울증이 왔어요. 지나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아이가 셋인데 결혼만 시키려고 날을 잡아놓으면 우울증이 오더라구요. 나았다가도 결혼시키려고 하면 또 재발합니다.

백일정진 중에도 우울증이 와서 법사님과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백일 정진을 거의 마무리 할 때였는데, 법사님께서 백일 정진이 끝나면 삼칠일 정진을 하자고 해서 조금은 특별한 정진을 하였습니다.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매일 다른 것은 안하고 법당에 꼭 나와서 정진만 했습니다. 그때 법사님께서 일러주신 정진법이 아버님에 대한 감사를 드러내는 것이었어요. 이미 돌아가신 아버님인데, 저는 장남도 아니고 아버님과는 애틋한 정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첫날 ‘아버지, 감사합니다’를 하는데,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도 나고 그래요. 첫날만 그런 일이 있었고 그 다음부터는 안 그러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그러한 정진을 하면서는 항상 밑변에 답답한 기운이 있었는데 그게 없어졌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려서 아버지한테 나쁜 감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이 법사님 말씀대로 밑변에 응어리졌다가 응어리가 빠졌는지 많이 좋아졌습니다.

또한 우울증이 심하면 불면증이 되는데, 법회와서 법문듣고 정진하기 전에는, 새벽 1시나 2시에 깨면 번뇌망상에 영 잠이 안와서 보통 괴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정진하면서는 잠이 깨도 또 잠이 잘 와서 ‘이것이 바로 정진의 힘이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정진의 힘에 감사하면서 ‘아, 뭐가 있긴 있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뭐 그런게 있겠나 했는데, 정진을 계속하면서 번뇌나 다른 잡생각이 없어지고 뭔가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진이 끝나고 우리 법회에도 교회에서 기도 끝나고 하는 간증같은 것이 있다면 제 이야기를 한번 여러 법우님들께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사람이 자기가 해봐서 좋으면 남한테도 권하고 싶잖아요. 저도 정진의 힘을 구체적으로 느끼니까 혼자만 느낄게 아니라 여러 사람한테 권해서 같이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또한 지금도 정진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기에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정진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법회에 대한 바람입니다.

사회 생활하는데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법회에 올 것 같지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된다면 아무래도 종교에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겠지요. 그러다 지금의 제 나이(?)쯤 되면 꺾일 대로 다 꺾이고, 불안과 초조만 남으니까 법회를 찾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인생에서 좌절을 맛본다거나 괴로움을 만나거나 불안하거나 하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 특히 불교 같습니다. 원래 불교가 자비의 종교이므로 그런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렇게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하고 불안해 하는 사람들에게 불교가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부처님 법에 대한 가르침과 믿음으로 그러한 것을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찾아와서 용기를 얻고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도 그런 면에서 전법을 많이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배우는 입장이라 누구한테 어떻게 하라고는 못하겠어요. 다만 제가 법회 나와서 법문 듣고 정진하면서, 제 생활이 바뀌고 마음이 좋아지니까 만나는 사람에게 자꾸 자랑합니다. 그러면서 좋은 법문을 들으러 같이 가자고 이야기 하지요. 이광덕 법우는 나하고 오랜 친구인데 제가 법회 이야기를 많이 하고, 본인 스스로도 관심이 있어서 같이 법회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오랜 친구를 새롭게 법우로 만나니까 힘이 되고 전보다 더 믿음이 가고 그렇습니다. 수색에서부터 오려면 한참 와야하는데도 열심히 오니까 매우 고맙고 감사합니다. 또 만일 이광덕 법우가 법회에 안오면 제가 ‘한번쯤’ 하면서 빠지는 수도 있겠는데, 그 친구가 나오니까 만나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나오는 계기도 됩니다.

지난 일요일날은 법회에 나온다는 생각을 깜빡 잊어서 집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문사수 안 가냐?”

“오늘 문사수 가는 날이 아니라 안 간다.”

“그래? 너 안가면 나도 안 가지.”

가만히 생각하니까 법회에 나와야 되겠더라구요. 또 다시 옷을 입었습니다.

“문사수 간다.”

“그럴거면 아까 얘기하지. 지금 이 시간에 늦을 텐데.”

“아니, 늦지 않아 아마 예불 시작했을 거다. 지금 가니까 빨리 와라.”

그래서 그 날 늦게 도착했습니다만 법회에는 참석했습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 불교에 대해서 진작 알아서 사회생활 활발하게 할 때, 부처님 말씀대로 살았으면 이렇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늦게나마 불교와 인연이 되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저는 물론이고 제 아내도 무척 좋아합니다. 자기가 평생 나를 불자(佛子)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불자가 되었다고 좋아합니다. 이제 비로소 인생의 도반이 된 것이지요.

 

연세가 육십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모든 일에 적극적이면서 솔선수범하시는 최병구법우님. 부인과 친구를 새로이 도반으로 만나는 그 모습을 찬탄합니다.

 

취재 정리:박용희 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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