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바니 세바네
 

정진의 공덕

보산 정희석 2009.09.09 조회 수 3889 추천 수 0

- 나는 오늘도 정진합니다. 오로지 나무아미타불의 법문은 끝이 없기에…

또 다시 새 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도 변함없이 복 많이 지으시기 바랍니다.

작년 말에 한 친구에게 이런 표현으로 송년인사를 했습니다.
『또 다시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모두들 지는 해를 아쉬워하는 것 같다. 그 동안 미흡했던 시간을 후회하고 앞으로의 성실을 다짐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진정으로 진지한 자는 그러한 후회조차도 부질없음을 보는 자가 아니겠냐고 생각해본다. 항상 건강하고 새해에는 더욱 건승하기를… 』

가는 해도 없고 오는 해도 없는 새해야말로 진정한 새해라고 생각하며 그런 표현을 해보았습니다.

아침 정진을 하고 출근하는 날은 어김없이 머리가 상쾌하고 맑습니다. 차가운 아침 공기는 한결 시원하고 눈앞에 보이는 사물들은 평소보다 더욱 명백하게 보이는 듯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탓도 있겠지만 반야심경의 암송과 염불 108배는 분명히 제 신체에 어떤 작용을 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분명히 한번 연구해 볼만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정진이 뇌 세포에 미치는 영향, 그로 인한 뇌파의 변화과정 등을 연구하면 정신 의학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청소년들이 게임에 중독되는 현상이라든가, 경쟁의 분위기가 압도하는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술이나 마약, 게임중독 등이 최근 우리사회에 만연하는 대표적인 도피 현상들이라면 정진이야말로 그에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진만이 가장 강력한 치료제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강력한 치료제들은 모두 정진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 부처님 법을 세상에 널리 전하는 일, 그리고 그 하나의 수단으로서 염불정진의 좋은 점을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알게 하는 것 또한 우리 문사수의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원인을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하루에 아침시간 30분 내지 40분을 할애하여 하루종일 이러한 신체적 조건을 유지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고 고마운 일이다. 이런 생각으로 저는 아침정진을 하고 출근을 하기 위해 문을 나섭니다.

그러나 사실 정진의 공덕이 진짜 빛을 발하는 것은 이제부터입니다. 플랫포옴에서 전철을 기다리며 제 머리는 자유로워지기 시작합니다. 모든 감관(感官)이 예민해지면서 집중력은 평소보다 높아진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습니다. 문득 항상(恒常)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항상하지 못합니다. 항상하지 못한 것들은 조건적인 것이며, 인연에 의한 것이며, 그림자와 같은 것이어서 아무 세력이 없으며, 따라서 실체가 없음을 이제는 얻어들은 지식이 아니라 기쁨의 울림으로 느끼게됩니다.

이보다 더 자유롭고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것도 나를 상처 입힐 수 없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나에게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온다면 그것은 저에게 참으로 소중한 사건입니다. 왜냐하면 그 역경은 바로 그런 조건에서는 행복할 수 없는 저의 미숙성을 드러내어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수행의 출발지는 바로 여기가 되는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모자란 부분을 적시하여 성숙시키시고자 하시는 부처님의 호념(護念)이 아니고 무엇인가 생각합니다.
"나는 네가 무조건적으로 행복하기를 바란다."
부처님의 말씀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내가 어려움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어려움입니다. 내가 두려운 사건을 겪는 것이 아니라 내가 두려움입니다. 내가 슬픈 일을 당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슬픔입니다. 이렇게 알아차리는 순간 어려움과 두려움과 슬픔은 세력을 잃고 사그라들기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실적 어려움, 현실적 어려움 하면서 부처님의 말씀을 외면하지만 과연 그 현실을 바로 본 사람은 누구인지 조용히 미소짓게 됩니다.

에리히프롬이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사랑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라고 설파한 것은 참으로 탁월한 지적이었습니다. 또한 반야사상(般若思想)에 비추어 볼 때 너무도 당연한 지적입니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사랑과 결혼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대상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나는 언제나 나를 사랑에 빠지게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까?"
"과연 이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할까?"
"이 사람과 나는 운명적 만남일까?"
하지만 "내게 과연 이 사람을 사랑할 능력이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유위법(有爲法)과 무위법(無爲法)을 이해하고서야 명백해졌으니 그것은 분명 정진의 공덕입니다. 새해에는 이런 마음으로 모든 세상사를 대면하고자 합니다. 여유 있는 웃음을 잃지 않으며, 모든 업과 번뇌의 바다 속에서 고통의 진주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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